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Fintech)’가 금융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애플페이(애플), 알리페이(알리바바), 바이버튼(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이 속속 내놓은 핀테크 서비스에 고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업계의 대응도 빨라졌다.
이 가운데 핀테크 산업을 앞서 경험하고 개척한 창업자, 투자자들이 방한해 핀테크 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전망을 풀어놨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18일 개최한 ‘넥스트 콘퍼런스’에 모인 해외 핀테크 관련 기관 전문가들은 “규제의 벽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금융산업이 미래로 발전하기 위해선 각 금융주체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의 선도적 모바일결제 서비스 ‘스퀘어’의 공동창업자 짐 멕켈비와 싱가포르 핀테크 스타트업 트랙인베스트의 바비 바티아 대표, 모건스탠리 등 금융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제이 매카시 패시픽어드바이저 파트너가 참석했다.
핀테크는 전자결제, 모바일 지갑, 송금, 자산관리, 클라우드 등 금융관련 모든 기술분야를 포괄한다. IT인프라의 급격한 확장과 스마트폰 대중화 등의 흐름을 타고 그동안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금융분야에 혁신의 바람을 끌고 있다.
이날 논의의 좌장을 맡은 제이 매카시 파트너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지난 3년간 핀테크로 유입되는 투자 자금이 4배가량 늘었다”며 “핀테크 기업의 실패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두 배나 더 높지만 굉장히 변동이 많고 미래성이 있는 분야”라고 진단했다.
◇최고의 난제는 ‘규제’
참석자들은 규제에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가는 모든 핀테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기술로 창의적이고 파괴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체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짐 멕켈비 공동창업자는 “우리는 스퀘어를 만들고 모든 준비를 끝내는 데 단 3주가 걸렸다”면서도 “이후 지역규제, 송금, 자본, 은행 등 간련 규제와 주체들과의 협의를 이뤄내는 데 18개월이 걸렸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비자카드 등 기존 금융권의 자신들의 정책과 다르다며 스퀘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린 없었을 것”이라며 “금융인들이 보수적이지만 비합리적은 아니기에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비 바티야 대표는 “싱가포르의 한 핀테크 회사는 뉴욕에서 10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했으며 활발한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전혀 홍보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며 “은행업, 금융서비스에 대한 라이선스가 없고 인식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핀테크 기업은 금세 규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당국의 규제가 상당히 완화됐지만 여전히 변화의 물결은 견제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핀테크의 미래는 ‘소액결제’와 ‘빅데이터’
빠른 속도로 다양한 영역을 개척하는 핀테크에서도 주목할 만한 차세대 물결로는 소액결제와 빅데이터 활용이 꼽혔다.
짐 멕켈비 공동창업자는 “현재 소액결제(Micro Transaction)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 없다”며 “손쉽고 간편하게 소액결제를 가능하게 하면 금융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가능성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 화폐(Crypto Currency)를 ‘넥스트 빅 띵’(Next big thing)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비 바티야 대표는 “은행들이 오랫동안 하고자 했으나 못해왔던 것들 즉, 고객의 모든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유의미한 결과를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고객의 자동차 운행 패턴을 습득해 평균 속도에 따라 보험료에 반영하는 식이다. 돈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다 핀테크와 관련된 만큼 유저 행동패턴 분석이 바로 금융산업에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국내 핀테크 산업 역시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 기술 스타트업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짐 멕켈비 공동창업자는 “은행이나 기관, 스타트업 어느 한 곳이 변화를 주도하고 끌고가야 한다는 생각은 명백한 실수”라며 “핀테크 산업의 특성상 기존 산업과의 연계가 필수적인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고 기존 산업계를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파크랩은 이한주 호스트웨이 대표, 김호민 이노티브 회장, 버나드 문 비드퀵 CEO 등 한국과 미국에서 법인을 설립한 바 있는 기업가들이 2012년 공동 설립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다. 해외 진출을 꾀하는 국내 창업자 및 예비창업자에게 글로벌 창업 및 기술 동향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연사들을 초청해 매년 ‘넥스트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