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농식품ICT융합 연구센터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 분야 융·복합 연구개발(R&D)에 앞장서는 전진기지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농산물 집산지 역할을 해 온 순천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농업과 ICT 접목에 독보적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2005년부터 연구소를 운영하기 시작해 ‘유비쿼터스 스마트 축사 통합 운영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왔다. 지역의 한계를 딛고, 배출인력 78명의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
농업과 ICT는 겉으로 보기에 이질적 산업이다. ICT와 농업은 산업 발전정도나 지지기반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성공적 융·복합을 위해서는 많은 이해와 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순천대 농식품ICT융합 연구센터를 이끄는 여현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대학생이 됐다. ‘벤처농업대학’에 입학해 1년간 농업분야 종사자와 함께 수업을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1박2일간 농업·유통·식품 제조 등 농업 관련 여러 직종의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여 센터장은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니기 시작했는데, 농업 관련 분야의 다양한 종사자와 어울리고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며 “귀농하는 젊은 청년이 늘어나면서 첨단산업이나 그 적용에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농업 분야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미래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농업 분야에 ICT를 접목해 생산성 향상과 경영비를 줄여주는 ‘스마트팜’ 구현에 적극적이다. 비닐하우스나 온실의 기능 일부를 ICT로 제어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온도 변화에 따라 창을 열거나 물을 주는 온도 및 습도 관리와 모니터링 제어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작물의 최적 성장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경제어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의 질병을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료를 먹는 양부터 축사에서의 움직임 등을 생체정보 센서로 수집,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거나 관리를 할 수 있다. 또 무게를 파악해 출하 시기나 출하량도 제어할 수 있다. 동물자원관리학과와도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순천대 연구소는 최근 농업ICT 분야의 세계화에 눈을 돌렸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과 해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특히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가인 네덜란드를 모델로 삼고 교류에 나섰다. 네덜란드의 앞선 농업기술과 우리나라의 첨단ICT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 센터장은 “네덜란드는 농업에 ICT를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농민들의 지식수준도 높다”며 “농촌의 노령화 경향까지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농업분야도 대형화, 첨단화가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까지 농업 경쟁력이 높은 나라는 모두 선진국”이라며 “식량 위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만 생각해도 농업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현 순천대ITRC센터장
-학생들과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학교에 지역 학생들이 많고 집에서 가족이 농사나 축산 관련 일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이 연구소에 개발하던 기술을 자신의 집의 축사에서 실험했던 적도 있다. 소나 돼지는 발정감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데, 집의 축사에 이 센서를 달고 모니터링을 한 것이다.
-농업ICT 분야 기업 현황은 어떤가.
▲채산성이 낮아 아직은 대다수가 중소기업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서 전문 인력 수요는 많은데, 기업에서의 복지나 처우 때문에 연구소 등으로 가는 학생들이 많아 안타깝다. 다행히 최근에는 수출 경로도 있고, 대기업도 농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현장과 대화가 많이 필요하다. 농업은 기간산업이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 많다. 정부가 각종 지원정책을 펼치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다. 첨단사업이라고 무조건 해서는 안 되고, 실제 농민이 참여하고 필요한 사업을 해야 한다. 정책 수립은 ‘탁상공론’식이어선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수요를 반영해 계획수립에 참여시켜야 한다.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이려면 상향식 정책을 세워야 하고 무엇보다 해당 산업 종사자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