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팔짱을 끼고 스타트업에 사업 조언을 하거나 수시로 재무제표를 들추며 잔소리하는 것은 옛말이다. 이젠 자기사업 하듯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며 함께 회사를 만들어 나간다. 엑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보다 한 발짝 더 나간 ‘컴퍼니빌더’ 역할을 자처한 퓨처플레이(대표 류중희)가 최근 기술 창업 준비자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퓨처플레이에는 내부적으로 ‘인벤터’라고 불리는 예비창업자를 선발한다. 1년간 최고 1억원의 연봉을 준다. 사무실 공간도 제공한다. 고가의 개발 장비를 갖추고 있는 실험실 등 전문적으로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곳도 마련했다. 예비창업자는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본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특허 출원부터 투자, 연구개발, 홍보, 사업 개발부터 함께 일할 구성원까지 뽑아준다. 액셀러레이터 중 예비창업자에게 연봉을 주며 창업의 처음부터 사업화까지 돕는 창업 지원센터는 처음이다.
류중희 대표는 “퓨처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창업자의 희생은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며 “구글이나 삼성에서 일해도 비슷하게 받을 만한 연봉을 줘 안정적인 기반 아래서 창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공동 창업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능력 있는 개발자나 기획자가 개인 창업의 불안전성을 경계해 대기업 입사만 선호하는 사회적 현실을 타개해 나갈 파격적 시도라고 평가 받는다. 류중희 대표는 증강현실 앱 ‘스캔서치’로 유명한 올라웍스를 창업해 350억원에 인텔에 매각한 성공적인 벤처가로 손꼽힌다. 류 대표는 벤처를 키워서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에 기술기반 스타트업 성공의 길을 닦겠다는 일념 하에 퓨처플레이를 만들었다.
퓨처플레이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만 투자하고 양성한다. 인벤터 대부분이 석·박사 출신이고 기술 수준도 높다. 류 대표는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다고 보장할 정도의 하이테크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양성한다”며 “기술 중심 스타트업을 키우다보니 초기에 특허 확보도 중요해 특허 전문가는 물론이고 해당 기술을 빠르게 이해하고 함께 발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실력 있는 전문 심사역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퓨처플레이에는 넥스알 창업자였던 한재선·윤경민 변리사, 1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한 황성재 박사를 비롯해 5명의 전문 심사 파트너를 뒀다.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 박지영 컴투스 대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등이 외부 투자자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퓨처플레이는 팀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팀 구성을 보고 투자나 인큐베이팅을 결정하는 다른 벤처투자사와 다르다. 기술기반 스타트업은 팀워크보다 뛰어난 개인 역량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류 대표는 “작은 조직일수록 움직임이 빠르고 변화에 민감하다”며 “이제 혁신적인 기술이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스타트업에 열려있다. 퓨처플레이가 국내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