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D 1편] 아스팔트 위의 피겨 스케이팅 ‘포뮬러 드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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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 Drift”

‘Drift(드리프트)’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천천히 이동하다’, ‘배나 항공기가 표류하다’, ‘해류나 기류’ 등 움직임과 관련된 뜻을 품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드리프트`라는 말을 쓴다. 도로 위를 떠가듯 ‘옆으로’ 미끄러지며 달리는 기술을 말한다. 마니아들이라면 이미 머릿속에 한 장면을 떠올렸을 거다.

운전 기술의 하나인 ‘드리프트’를 이벤트로 만든 건 일본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지역에서 차를 미끄러뜨리며 운전하는 작은 경쟁들은 더러 있었지만, 국제적 행사로 만든 게 일본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드리프트로 이름이 먼저 알려진 것도 1970년대 활동하던 ‘다카하시 쿠니미츠’라는 일본인 카레이서다. 코너를 공략할 때 드리프트 기술을 활용, 여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드리프트 킹’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츠치야 케이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인기 애니메이션 <이니셜D>의 실제 인물로 알려지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작품에 등장한 차종들도 덩달아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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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D1 그랑프리]라는 드리프트 대회도 생겨나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던졌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비정상적인 자동차 움직임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누가 더 멋지게 이상한(?) 주행을 하느냐를 평가하고 환호했다. 이런 점이 새로운 자동차 판매 및 튜닝 시장까지 아우르는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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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와 이벤트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미국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지난 2002년, 현재 <포뮬러 드리프트(Formula Drift)> 조직위원장인 ‘짐 랴우(Jim Liaw)’씨가 동료 ‘라이언 세이지(Ryan Sage)’씨와 이 대회를 만들었고 2003년 첫 대회를 열었다. 일본 외 지역에서 드리프트 대회가 열린 건 이때가 처음이다. 2004 시즌엔 네 번 대회가 열렸고, 3년째부터 연간 7회로 늘어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미국에서 11년째 사랑받는, 꽤나 미국스러운 젊은이들의 모터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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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영화 속 드리프트”

차 좀 좋아한다는 사람이면 꼬박꼬박 챙겨보는 미국 자동차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The Fast & Furious)’는 2001년 처음 개봉한 뒤 2003년 후속편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두 편의 주된 소재는 화려한 드라이빙 테크닉을 앞세운 드래그 레이스였다. 그렇지만 2006년, 세 번째 스토리는 제목부터 과감하게 ‘도쿄 드리프트’라고 지었다. 흥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새로운 소재가 이슈가 됐다.

그리고 디즈니-픽사가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애니메이션 ‘CARS(카)’는 나스카레이싱 등 미국의 전통적 모터스포츠에다 ‘드리프트’를 접목했다. (아직 영화를 못 본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미끄러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단 오히려 진행 방향으로 바퀴를 향하게 해서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이 핵심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영화들에 ‘드리프트’가 등장하는 것도 <포뮬러 드리프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과 비슷하다. 우연이라면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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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드리프트의 매력”

지난 7월 18일, 미국 워싱턴주 먼로(Monroe)에 위치한 ‘에버그린 스피드웨이(Evergreen Speedway)’에서 만난 짐 랴우 조직위원장에 따르면, <포뮬러 드리프트>가 다른 모터스포츠 대회와 차별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관객 중심의 대회라는 것, 그리고 선수들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나스카(NASCAR)나 포뮬러원(F1) 등 우리가 흔히 ‘모터스포츠’라고 부르는 자동차 경주들이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면, 포뮬러 드리프트는 ‘피겨스케이팅’이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누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는 게 아니라, 얼마나 화려한 움직임을 선보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평가 기준은 코스 위에서 드리프팅의 속도, 각도, 선회 등으로 전반적인 연출력에 대한 예술성을 따진다.

이러한 평가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이어 퍼포먼스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이 참가 팀 후원을 통해 기술력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공격적인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한국타이어 또한 꾸준히 포뮬러 D에 후원을 이어가며 프리스타일 드라이빙의 절정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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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레이스는 시작과 끝이 분명합니다. 레이스카로 누가 빨리, 먼저 달리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나스카(NASCAR)나 포뮬러원(F1) 등은 연령대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포뮬러 드리프트는 관중 연령대가 낮고, 이들은 서핑이나 보딩에 익숙하죠. 그만큼 활동적이란 겁니다. 또 드라이버들이 차를 섬세하게 컨트롤하는 레이스여서 화려한 퍼포먼스가 중요합니다. 결국 드라이버들이 벽에 닿을 듯 말듯한 장면을 연출하며 연기를 뿜어내고, 그런 볼거리가 사람들에게 짜릿함을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철저히 관객 중심의 경기죠.” 짐 랴우 조직위원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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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고의 프로 드리프팅 대회 <포뮬러 드리프트>의 성장은 SNS의 확산과 맞물린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젊은 팬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 매 경기마다 서킷을 찾는 사람은 1만 5,000명에서 2만 명 사이며, 연간 관람객은 10만 명 이상이다. 그리고 대회가 있을 때면 웹사이트 방문자가 최대 30만 명에 달한다고. 현재 이 대회와 제휴를 맺은 라이선싱 시리즈는 11개로 늘어 미국 전역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대회가 커지고, 관심이 늘어나며 고민도 따른다.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젊은 드라이버들이 열의를 보이지만, ‘유지보수’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나이가 많은 차를 몰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짐 랴우 씨는 이에 대해 ‘모순’이라고 표현했다. 비주얼 스포츠라면 화려한 신차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경쟁을 벌여야 효과적이지만, 직접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커서 경제성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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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오래된 차가 초기비용이 적게 들고, 오래됐다고 해도 한때 이름 좀 날리던 차들이거든요. 반면 프로들은 겉모양에 신경 많이 쓰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좋은 차 출전시키려 노력 중이죠. 아무래도 대중들과 스폰서들에게도 어필하기 쉽지 않을까요? 그리고 직접 와서 본다면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얻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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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드리프트 2014 시즌은…”

시즌 선두는 421.50 포인트의 크리스 포스버그다. 2위 프레드릭 아스보의 362.50 포인트와는 59점 차로 여유가 있다.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두 선수는 각각 닛산 370z와 도요타 싸이언 tC에 한국타이어 R-S3를 장착하고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둘은 뉴저지 월스피드웨이(Wall Speedway)에서 열린 지난 4전에서는 나란히 포디엄에 올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3위는 강력한 라이벌 본 기틴 주니어. 포드 머스탱에 닛토 타이어를 끼우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선두와는 113점 차.

포스버그는 7월 19일 열린 시즌 5라운드에서 3위에 그쳤지만, 종합 순위로는 1위를 굳건히 지켰다. 남은 두 경기를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시즌 챔피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는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리스 밀렌’ 선수의 7번 승리 기록을 넘어 대회 신기록에 도전 중이다.

-대회 소식은 2편에서 계속…-


<2014 포뮬러 드리프트 1-5라운드 성적>

1. Forsberg, Chris Hankook Tire Nissan 370Z 421.50 Points

2. Aasbo, Fredric Hankook Tire Scion Racing tC 362.50 Points

3. Gittin Jr., Vaughn Monster Energy / Nitto Tire Ford Mustang RTR 308.50 Points

4. Moen, Kenneth Bridges Racing Nissan 240SX 275.50 Points

5. McNamara, Darren Falken Tire Nissan S14 263.00 Points

6. Bakchis, Aurimas Feal Suspension / Nitto Tire Nissan 240SX 243.50 Points

7. Pawlak, Justin Falken Tire Ford Mustang 226.00 Points

8. Kearney, Dean Oracle Lighting Dodge Viper SRT 215.50 Points

9. Nishida, Robbie Achilles Radial / Bridges Racing Lexus SC300 191.00 Points

10. Wang, Forrest Get Nuts Lab / Hankook Tire / STR Racing Nissan S14 183.50 Points

11. Grunewald, Conrad Megan Racing / Top 1 Oil / BRE Chevrolet Camaro 176.50 Points

12. Essa, Michael Essa Autosport / Yokohama BMW M3 164.50 Points

13. Tuerck, Ryan Retaks Maxxis Tires Air Force PSI Scion FR-S 162.00 Points

14. Gushi, Ken GReddy Performance X Scion Racing Drift FR-S 156.00 Points

15. McQuarrie, Tyler GoPro Mobil 1Chevrolet Camaro 153.50 Points

16. Field, Matt CX Racing / Nitto Tire Nissan 240SX 153.00 Points


글,사진 / 시애틀(미국)=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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