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해법을 찾자]<3>영구처분 준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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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는 지난 3월 기준으로 1만3423톤 규모다. 원전 내에 사용후 핵연료 39만6884다발이 빼곡하게 들어 있는 것이다. 고리원전 포화율은 79%지만 이는 전체 호기 평균값이다. 가장 오래된 고리원전 1호기는 2년만 지나면 원전 내 임시저장 공간이 가득 찬다.

원자로에서 인출된 사용후 핵연료는 중수로는 최단 6년, 경수로는 최단 7~10년 동안 임시저장 수조에 넣어 냉각해야 한다. 모든 원전에 수조 형태 임시저장 시설을 갖춘 이유다. 그런데 임시저장 이후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호기 간 돌려막기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원자로에서 인출된 사용후 핵연료는 스스로 핵분열 반응을 지속하지 못해 폭발 위험은 없다. 하지만 핵분열 반응 부산물이 붕괴하면서 많은 열과 방사선을 내는 게 문제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되풀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임시저장 시설은 원전 수준으로 안전하게 관리되며 설계 수명도 원전과 같다. 다시 말해 노후 원전인 고리나 월성은 수명 연장까지 고려해도 40년, 신형 원전은 60년 수준이다. 임시저장 시설에 마냥 둘 수 없는 노릇이다. 원전 가동을 멈춰도 쌓여 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꺼내서 별도 처분해야 한다.

◇왜 영구처분인가

사실 사용후 핵연료 관리 최종 목적은 처분이다. 중간 저장이나 재처리도 최종 처분 이전 단계에 불과하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 프로세스를 보더라도 임시저장 이후 중간저장과 재처리는 나라별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지만 영구 처분은 선택 사양이 아니다. 원전을 폐로해도 마찬가지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천연 우라늄 상태로 떨어지려면 30만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장’과 ‘처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저장은 어디까지나 ‘임시’다. 중간 저장도 마찬가지다. 최종 처분까지 시간을 50년가량 미룰 수 있을 뿐이다. 정부 정책이 마치 저장에 초점을 맞춘 듯하지만 사실 최종처분 계획이 먼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중간저장은 최종처분 시점이 기술이나 시간적으로 늦춰질 때를 위한 완충 역할이다.

또 하나의 옵션인 재처리도 사용후 핵연료를 재사용하는 것일 뿐 결국에는 최종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재처리는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직접 재처리하는 기술도 없다. 원자력연구원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난 후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 처분을 위한 연구만 일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투입되는 연구개발비 규모도 60억원 수준으로 인건비와 시설비를 제외한 직접비는 매년 10억원에 불과하다.

재처리가 가능한 나라에 위탁하는 방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설사 위탁 재처리를 할 수 있어도 사용후 핵연료의 원전 내 호기 간 이동도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까지 사용후 핵연료를 반출했다가 다시 들여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의 특성상 재처리가 안 된다. 임시저장 공간을 늘려도 2024년이면 포화된다. 중간저장이든 영구처분이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중간 저장 시설 건설여부다. 중간저장 시설을 건설해 최종처분 시점을 2070년 이후로 미룰 것인지, 아니면 바로 최종처분 시설을 지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핵심은 처분장소

사용후 핵연료 논쟁의 핵심은 처분장소 결정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 부지 선정 때만 해도 민란에 버금가는 반대시위가 일어날 정도였다. 이미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 중인 경주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관련 시설은 두지 못하도록 특별법에 못을 박아 놨다. 영구 처분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저장 시설도 정부에서 지난 1988년 건설 계획만 발표해놓고 두 차례 연기 끝에 공론화위원회에 떠넘긴 상태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부지 건설에만 적어도 6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성원전 건식저장 시설 건설에만 7년이 소요됐다. 현재 추진 중인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건설에 주민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2018년에는 월성원전이 당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

원자력 업계 한 관계자는 “부지 선정에 필요한 국민 공감을 얻으려면 최종처분에 대한 정부 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최종처분 방식과 시점을 밝히고 중간저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영구처분, 기술도 돈도 없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 최종목적이 처분이지만 정작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다.

최초 원전을 가동한 지 30년을 훌쩍 넘겼지만 지난 2007년 이후 장기 처분 기술 개발 자체가 중단됐다. 원자력연구원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3~5㎞ 심부 지층 처분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나 개념 연구와 시뮬레이션 수준에 그쳤다.

스웨덴은 1973년 연구에 착수해 2011년 3월 처분장 건설허가를 신청하는 등 기술개발에만 30년 이상을 투자해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사업이지만 관련 비용 마련은 2009년에 와서야 시작했다.

현재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정부는 중간저장 시설과 처분 시설에 운반, 저장, 처분하는 데 소요되는 총비용을 산정해 사용후 핵연료 관리부담금을 2009년부터 적립 중이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이전 발생한 부담금 3조1652억원까지 장기 미지급금 형태로 15년간 원금 균등분할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부담금 4036억원에 장기미지급금 원금과 250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더하면 2013년 말 기준으로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 국외 관리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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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