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 위해 정부·기업 모두 혁신해야…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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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못지않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은 물론이고 기업 차원에서도 혁신을 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반도체 분야 각계 전문가들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대기업에 편중된 인력 구조와 내수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방식을 차용한 인력 교류 사업과 타 업종 및 수요 기업을 아우르는 ‘그랜드 인수합병(M&A)’ 등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풀리지 않는 숙제 ‘인력’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력 풀 자체가 부족하다. 가뜩이나 인력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우수 인력을 ‘싹쓸이’하다 보니 중소기업의 인력 사정은 나날이 악화됐다. “좋은 인력을 뽑기도, 좋은 인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데려가면 프로 스포츠처럼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과제형 인력 지원 사업 △대학(반도체 전공) 입학 정원 확대 △산학 기술이전·협력 교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우수 인력이 꿈을 안고 중소기업에 입사해도 몇 해 지나다보면 현실적인 근무조건 때문에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많다. 이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단기·중장기 과제 형태로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R&D 과제 중간평가를 하듯 수시로 연구 및 인력활용 성과를 점검한다면 우수 인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근 대학 입학정원 감축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괄적인 감축이 아니라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해서는 정원을 늘리는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 연구원들이 대학 연구실과의 공동 R&D에 참여하며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상호 인력을 교류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정부 지원 ‘쏠림현상’ 경계

우리 정부가 꾸준히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지원해왔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의외로 창조경제를 등에 업고 불어온 소프트웨어(SW)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제조업 발전을 위해 SW 산업을 연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은 결국 하드웨어(HW)인데 SW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며 정부 기조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는 정책 운용을 지적했다.

덧붙여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SW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첨단 HW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미래부가 반도체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을 확대해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기업 R&D 지원이 보다 엄격한 심사로 옥석을 가려내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일부 중소기업은 회사의 핵심 역량과는 관계없는 정부 과제까지 수탁하며 외형을 유지한다”며 “정부 예산 효과가 떨어짐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도 역량 분산으로 인해 결국은 뒷걸음질친다”고 말했다.

◇기업 스스로 혁신해야

정부 지원 정책과 산업 인프라가 갖춰져도 모든 열쇠는 시스템반도체 기업 스스로가 쥐고 있다.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국내 중소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당장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만 찾다보니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주문하는 것만 쫓았다. 그러다보니 대기업이 한번 기침이라도 하면 중소기업에는 태풍이 몰아쳤다. 수많은 중소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3~4년 반짝 호황을 누리다가도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일이 허다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긴 호흡 아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은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확보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사업 아이템 측면에서도 사물인터넷(IoT)처럼 수년 뒤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를 미리미리 준비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이른바 ‘그랜드 M&A’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현실적으로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눈앞의 시장에 대응하면서 미래 기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

결국은 서로 힘을 모을 수 있는 M&A가 필요하다. 다만 소규모 기업끼리의 M&A는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3개 이상 다수의 기업이 통합하거나 수요기업인 대기업과의 결합, 타 업종 기업과의 융복합 M&A 등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견주신 분들…김동철 동운아나텍 사장,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연구개발지원본부장, 이서규 픽셀플러스 사장, 이승훈 서강대 교수, 이혁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시스템반도체PD, 최중호 서울시립대 교수 (가나다 순)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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