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는 우리가 원전 가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안고 가야 할 뇌관이다. 그것도 현 세대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후손에게 두고두고 넘겨줘야 할 엄청난 짐이다. 시한폭탄 뇌관이라면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에 떨 뿐이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처분 시한이 이미 예정된 메가톤급 폭탄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여기서 출발한다.
벌써 발등에 떨어진 불인 상황이나 우리는 대책을 찾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벌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장 오는 2016년부터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하는 시점이 도래한다. 총 23기 가동 원전에서 매년 약 750톤에 달하는 사용후핵연료가 쌓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급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정부는 일부 보완 조치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저장소 포화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했지만 확신할 수 없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원전 호기 내 이동과 임시 저장소 증설 등은 관련 법규조차 없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이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이 부지 선정에만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기억해야 한다. 중저준위 방폐장 하나가 이런데 고준위 핵폐기물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저장할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시간이 없다.
최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각계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첫 보고서를 제출했다. 향후 활발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전제로 다양한 제안을 담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신규 저장 시설 건설을 꼽았다. 촉박할지라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 사례를 봐도 부지를 확보한뒤 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최소 6년이 걸렸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영구 격리나 재처리 등 다른 처분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사안이다. 소모적 논쟁은 시간만 끌 뿐이다. 현실적인 대안과 국민적 합의를 서둘러 도출하려는 정부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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