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 기술만 소중하니까요’
기업 간 협상에서 보안을 위해 맺는 NDA(Non-disclosure agreement)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제품을 공급받을 때 자사 기술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NDA를 맺습니다. 중소기업의 ‘입단속’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정작 반대의 경우엔 대기업이 NDA를 꺼린다네요. 지난해 한 기술 행사에서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을 대기업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습니다. 기술 탈취를 우려한 주최 측과 중소기업이 NDA를 요구했지만 대기업은 당당히 거부했다고 합니다. 아쉬울 것 없으니 싫으면 소개하지 말라는 배짱이었겠죠. 그래서 올해는 주최 측이 복안을 세웠습니다. NDA를 맺기 싫으면 녹취·녹화라도 허용하라는 것이죠. 대기업 관계자 여러분, ‘내 기술만 아니라 남의 기술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겠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기술만 좋으면 걱정이 없는 미국의 벤처 기업 환경 이야기를 들을 때면, A사 창업자 B씨는 가슴이 무너집니다. 20년 동안 B씨는 부품 기술로는 국내 최고는 물론 일본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적도 좋은 편이고요. 하지만 결국 B씨는 경영에 손을 떼고 말았습니다. 키코 등 몇 번의 경영 실수로 만회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던 것이 화살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그것도 두어 곳이 싸우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20년 동안 함께 키워온 직원들을 생각해 경영권을 지키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답을 찾기 힘들었다고요. B씨를 믿고 따랐던 직원들은 한숨 뿐입니다. 이러니 중소기업 창업자들은 사업이 외줄타기라고 부릅니다. 순간 실수로 모든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만 믿고 사업할 수 있는 시대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외국계 기업이 휴가를 자유롭게 쓴다고? “사장님 눈치보는 건 똑같아요.”
외국계 반도체 업체 C사 직원들은 요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접속할 때 마다 한숨을 쉽니다. SNS라는 게 원래 자랑할 만한 글이나 사진만 올리니, 보는 사람들은 가끔 “나만 불행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하지요. 휴가철이 되니 C사 직원들이 딱 그 상황입니다.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시원한 바다나 계곡, 해외 여행 등 휴가 얘기만 SNS에 가득하기 때문인데요. C사는 외국계 기업 특성상 연말 연초에 많이 쉬다보니, 여름에는 제대로 휴가를 쓸 수 없다고요. 연차로 쉴 수야 있다지만 윗분들 눈치를 봐야하는 건 국내 업체랑 다를바 없다고 합니다. C사 뿐아니라 몇몇 지사장님들은 휴가를 즐기지(?) 않으시는 `워커홀릭`이기까지 합니다. 더 억울한 것은 지사장님들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가는 줄로만 알고 계신다네요.
○…탄소나노튜브(CNT) 상용화 꿈 실현한 D사. 너희도 우리처럼..
국내 한 소재업체 D사는 최근 탄소나노튜브(CNT) 소재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죠. D사 회장은 30년 넘게 소재 사업을 해 오면서 이번 일을 가장 보람된 사업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최근 열린 제품 출하식에서 딱 한가지만 강조했습니다. 자사 업적을 자랑하는 대신 신소재 개발 연구진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D사도 신소재 사업의 결실을 맺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황무지 사막에서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맺기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죠. 하지만 ‘열정’과 ‘자신감’이란 비료를 주고 성실하게, 꾸준히 가꿔나간다면 분명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을 D사는 보여줬습니다. 국내 많은 소재기업들도 비록 신소재 개발환경이 척박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나가길 바랍니다. 다만 황무지 위에 씨앗을 뿌렸다고 알아서 꽃이 피지않는다는 것 쯤은 알고 계신거죠?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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