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른 정이냐, 낳은 정이냐.’ 1970년대 안방 드라마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소재다. 아이를 낳아 어쩔 수 없이 버린 여자, 버려진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워 훌륭한 인물로 만든 또 다른 여자, 십수년이 지난 후 이를 알게 된 성년이 된 아이의 방황과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이 주요 스토리다. 아이는 낳아준 엄마에게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길러준 엄마에게 남아야 할까.
드라마 소재처럼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일은 곧잘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 비유된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은 산고 끝에 아이를 낳는 기쁨이다. 이어 개발 기술을 사업화하는 일은 아이를 잘 키워내는 양육 과정과 같다.
세상에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유명한 인물로 성장하지는 못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세계적 인물은 극소수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을 유명한 인물로 키우고 싶어 하겠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양육은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기술 개발도 마찬가지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기술을 포함해 기초, 응용 기술과 특허 등 각종 기술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산업과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즉 빛을 보는 기술은 소수에 불과하다.
기술 개발의 의미를 축소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술 개발은 아이를 낳는 일처럼 소중하고 고귀한 일이다.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토대로 기술 사업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술 개발과 동시에, 아니 앞서서 고려해야 할 기술사업화는 여전히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부모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어떤 아이로 키울 것인지 양육 계획을 세운다. 국내 산학연 R&D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에 앞서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를 고려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쓰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없어져야 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