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걸린 `모바일뱅킹 앱`..."속도 느리고 로그인도 안돼" 사용자 불만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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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스마트금융 대표상품으로 내놓은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용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창구처럼 편리하고 PC와 동일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과부하로 구동속도가 인터넷뱅킹보다 느리고 로그인도 되지 않는 등 먹통 현상까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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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통합하려는 무리한 욕심에서 벌어진 ‘고도비만 현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타뱅킹(KB국민은행)’ ‘스마트뱅크(외환은행)’ ‘하나N뱅크(하나은행)’ ‘NH스마트뱅킹(NH농협은행)’ 등 국내 대표 모바일뱅킹 앱에 대한 사용자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등록고객 4000만명을 넘어선 KB국민은행의 스타뱅킹 앱은 다운로드 사이트 리뷰 평가에서 최저점 평가(별 1개)가 벌써 5000명을 넘어섰다. 리뷰에 참여한 사용자 중 절반을 차지한다.

한 사용자는 “아예 로그인조차 되지 않고 초기화면으로 돌아가는 튕김 현상이 나타난 게 벌써 수개월째인데 개선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용자도 “계좌이체 시 튕김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업데이트를 해도 마찬가지”라며 “스타뱅킹의 다른 명칭은 무한 로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기능을 전면 개편한 외환은행도 체면을 구기긴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외환M뱅크’ ‘외환은행’ ‘미니뱅킹’ ‘글로벌 뱅킹’ ‘스마트환전’ ‘외환은행 찾기’ 등 총 6개의 앱을 ‘스마트뱅크’ 앱으로 통합,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한 사용자는 “초기화면에서 넘어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앱을 지웠다 다시 깔아도 실행되지 않는다”며 “많은 사용자들에게 같은 현상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지만 소비자센터에 연락하라는 게 대책의 전부”라고 비판했다. 앱 실행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부지기수다.

NH농협은행의 ‘NH스마트뱅킹’ 앱은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거나 이체와 조회 불통, 업데이트 0%에서 멈추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 앱의 평균용량은 20MB 정도로 과부하가 걸릴 만큼 대용량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날까.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다운로드 사이트에 제시한 20MB는 일종의 눈속임”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데이터와 그림, 시각화면 등을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미리 다운로드 시켜놓기 때문에 실제 구동용량은 갑절 이상이라는 설명이었다.

스마트폰에서 모바일뱅킹 앱을 구동한 뒤 메모리 사용량 점검 프로그램으로 확인하면 순식간에 40MB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모바일뱅킹 앱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자 일부 은행은 서버에서 실시간 이미지 등을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거나 아예 앱을 기능별로 분리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우리은행처럼 모바일뱅킹 앱을 기능별로 분리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기존 스마트뱅킹 앱이 많은 용량을 차지한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기능만 담은 ‘NEW 원터치 스마트뱅킹’이라는 앱을 추가로 내놓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모든 기능을 통합해 운영하기보다는 앱을 가볍고 직관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무거운 뱅킹 앱의 몸집 줄이기에 타 은행도 검토를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모바일뱅킹 욕구를 도외시하고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결국 카카오톡 같은 새로운 주자들에게 소액결제를 포함한 모바일뱅킹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국내 은행 모바일뱅킹 앱 현황 및 문제점

(자료: 각 사 취합)

고도비만 걸린 `모바일뱅킹 앱`..."속도 느리고 로그인도 안돼" 사용자 불만 폭증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