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터널속 삼성전자, 사업부별 탈출 해법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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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달 초 잠정 실적이 한 차례 발표됐음에도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 확정 실적은 우리 경제에 ‘두려움’ 그 자체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너무 안일했다는 인식이다.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발 실적 악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도 적절히 대응을 못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최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직접 챙긴다고 하지만 당장 반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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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체질 개선과 혁신을 반복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이뤄낸 분기 10조원 벽 돌파 경험은 삼성전자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과거 수차례 겪었던 위기 극복 경험을 살려 다시 도약한다면 한국 경제의 든든한 주춧돌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각 사업부별 2분기 실적과 부진 이유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대안을 제시한다.

김준배·이호준·안호천기자 joon@etnews.com

◇IM부문, 투트랙 전략에도 실적 개선 불투명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계절적 수요 변동으로 직전 분기보다 판매량이 준 사례는 있지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스마트폰을 책임지는 삼성전자 IM부문이 ‘정점을 찍고 추락하기 시작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플프래그십 모델과 중저가 모델 라인업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지만 상황 타개를 위한 ‘히든카드’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기업설명회(IR)에서 2분기에 휴대폰 9500만대를 팔았다고 밝혔다. 이 중 스마트폰 비율은 70% 후반으로 7400만~75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DC가 밝힌 7430만대와 비슷한 수치다.

당초 시장예측치인 8800만대보다 1300만대 가량 크게 감소한 수치다. 지난 1분기(8500만대 추정)보다 1000만대 줄었다. IDC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2011년 4분기 이후 다시 25%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태블릿PC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가 밝힌 2분기 태블릿PC 판매량은 800만대로 당초 예상치인 1200만~1500만대를 훨씬 밑돌았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교체 주기가 길어 전 분기보다 수요가 다소 감소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7월 초 잠정 실적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유럽 수요 부족으로 인한 재고 부담, 마케팅 비용 증가를 IM부문 실적 악화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이번에 내놓은 대책 역시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으며 스스로도 실적 개선 가능성을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는 점이다.

김현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하반기에는 혁신적인 대화면 플래그십 제품과 새로운 디자인, 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신제품을 출시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중저가 모델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전체 판매량은 10% 정도 늘겠지만 가격 경쟁 심화로 이익 증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애플 아이폰6에 맞서 하이엔드급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에 맞서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업계는 해당 하이엔드 제품을 갤럭시노트4와 메탈 바디를 사용한 갤럭시 알파(가칭)로 불리는 제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블릿PC 분야에서는 슈퍼 아몰레드를 장착한 갤럭시탭S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웨어러블 장비 포트폴리오를 확대, 네트워크 부문의 롱텀에벌루션(LTE) 사업 기회 발굴 등을 위기 타개책으로 삼았다.

김 전무는 “중저가 제품을 늘리면서 단기적으로는 이윤 압박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연구개발과 공급망관리(SCM), 마케팅 효율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고객 일상생활을 편하고 가치 있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제품 출시와 성수기 영향으로 전반적 분위기는 개선되겠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강력한 재고조정으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어도 경쟁사 신모델 출시가 계속 이어져 이윤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신제품 출시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아 하반기에도 IM부문 고전이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실적 약세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지속적인 스마트폰 성장 정체가 예상되면서 실적의 무게중심이 스마트폰에서 반도체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든든한 버팀목 확인시켜준 CE

TV와 생활가전제품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부문 2분기 실적은 확실히 위안이 된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2분기 매출(13조원)과 영업이익(7700억원)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2년 이후 분기 기준 최고치다. 최근 수년 TV시장은 정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가전시장 역시 소폭 성장에 그치는 상황에서 이룬 것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 TV와 가전사업부문은 모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북미 평판TV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35.6%로 반기 점유율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프리미엄 모델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나타냈다. 가전제품 역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엄영훈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생활가전 분야 내년 세계 1등 목표는 차질 없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꼽는다면 생활가전 부문에서의 영업이익이다. 매출 확대에 비해 여전히 영업이익 증가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삼성 내부에서 가전부문 영업이익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크다.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강력히 밀고 있는 프리미엄 전략은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 가전제품은 그동안 해외에서 프리미엄급으로 인정받지 못해 왔지만 최근 세계적인 요리사가 참여해 개발한 ‘셰프컬렉션’ 등은 삼성 가전의 프리미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들 제품을 필두로 CE부문의 다양한 프리미엄 전략은 매출 확대뿐만 아니라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TV에서는 이번 달 출시하는 가변형(벤더블) 초고화질(UHD) TV 등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미들(중형)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성일경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프리미엄 제품뿐만 아니라 시장수요에 따라 중형대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지역별 특화모델로 중국 등 성장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프리미엄 TV시장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점한 만큼 수익률이 낮은 저가 시장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가 나쁘지 않아 삼성전자의 UHD TV 전략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3분기와 4분기에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 DS부문,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불균형 해소 관건

예상했던 대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항을 계속했다. 핵심 주자였던 스마트폰이 부진한 사이 반도체가 힘을 키우는 형국이다.

2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5.9%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5%에서 8%P 가까이 뛰어올랐다. 스마트폰이라는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에 거는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 상당수가 반도체 사업을 향했다.

하지만 실적 표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삼성전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바로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간 불균형이다.

2분기 메모리사업부 매출은 6조9200억원으로 전 분기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0%, 21.4%씩 증가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사업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2조9800억원과 전 분기 3조1000억원에 비해 낮은 2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비메모리사업이 여전히 뒤를 받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부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메모리 사업 호조 속에서도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5% 감소한 것도 비메모리 사업 탓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비메모리사업이 탄력을 못 받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삼성전자 때문이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탑재량이 줄어들면서 실적 부진을 야기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전망에서도 “20㎚ 모바일 AP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나 하이엔드 모바일 AP 거래선 수요 약세로 단기적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애플 AP 위탁생산 물량을 TSMC에 뺏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파운드리사업은 올 연말 14㎚ 핀펫 공정 양산을 계기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적 개선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은 지난 5월 반도체총괄을 맡은 김기남 사장이 던질 승부수에 쏠렸다. 김 사장은 반도체총괄 부임 이후 자신이 책임졌던 메모리사업부에 비해 부진한 시스템LSI사업부 개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성과가 나지 않는 조직은 과감하게 축소 내지 폐지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공격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든 만큼 무리한 확장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시스템LSI사업부 수익성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규 생산라인 대신 기존 라인을 활용하고 가동률을 높여 수익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설명이다.

DS부문에 속한 디스플레이사업(삼성디스플레이)은 지난 1분기 적자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OLED사업의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와 거래처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한 실적 약화를 우려했다.

LCD 사업은 계절적 성수기 효과와 대형화 등에 힘입은 견조한 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