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안병희 렌텍코리아 사장

흔히들 우리나라엔 강소기업 ‘히든 챔피언’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조업 현장 곳곳에선 한 우물만 몇십 년째 파고들어 세계 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이 있다. 렌텍코리아도 그 중 하나다. 렌텍코리아는 최근 3차원(3D) 패턴 기술을 위조 방지에 접목한 ‘씨그램(Seegram)’으로 일본·중국 등지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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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희 렌텍코리아 사장은 1990년대 홀로그램 딱지로 유명했던 일명 ‘따조’에서부터 시작해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바뀌는 3차원(3D) 렌티큘러 사업을 운영했다. 허나 시장에 관련 업체들이 다수 등장, 경쟁이 심해지자 독자 금형·사출 기술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0년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의 유명 제조업체로부터 위조방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

“당시 우리 회사를 포함해 몇몇 국내 업체들이 의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경박단소화만 따라가다 보니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었죠.”

중요한 건 목적이었다. 그래서 남들이 따라 만들 수 없는 게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개발할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다.

그때부터 안 사장은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다. “길을 거닐다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곧바로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책·논문을 수없이 뒤지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학계에 도움을 요청해 보완했습니다.”

시기를 놓쳐 해당 중국 기업엔 공급하지 못했으나 결국 지난해 독자 금형·사출 기술에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을 융합, 1.5㎜ 두께의 1세대 씨그램을 개발했다. 최근 두께를 0.17㎜까지 줄이자 외부에서 투자를 할테니 사업을 키우지 않겠냐는 이들도 나타났다.

안 사장은 사업이 꽃피기 시작한 지금도 주말에 출근해 기술 보완에 힘쓰고 있다. 가족들에게 항상 일만 한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다.

20년 이상의 중견급 업력을 가진 그에게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물었다. 안 사장은 “제조업의 핵심은 기술”이라며 “기반 기술을 제대로 확보하면 어떤 사업이든 그에 맞게 보완해 뛰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제조 업계에 중국 진출 바람이 불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가격경쟁·기술유출 등 때문에 현지 업체들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안 사장의 해법은 명료하다. “남들이 쉽사리 따라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췄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업체들이 내수 시장이 아닌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국내에선 업체들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세계 시장 곳곳에 진출하기 위해선 물량이 적더라도 고객사를 다변화해 승부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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