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내달 초 MS-노키아 합병 조건부 승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 달 초에 중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인수합병(M&A)을 ‘조건부 승인’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국내 업계는 노키아가 보유 특허를 무기로 한국 휴대폰 기업에 막대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변신할 것을 우려, 정부의 승인 조건을 까다롭게 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월 MS 측에 노키아 M&A건과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했으며 보고서 회신을 받는 다음 달 초 승인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6월 발표와 비교해서는 한 달 이상 늦어지는 것이다.

승인 기준은 최초 업계 요구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휴대폰 산업을 고려해 중국 정부가 정한 기준 이상의 까다로운 조건을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종 안은 중국 정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요구와 미국 기업 투자유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특허 기관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중국 수준 이상의 조건을 달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중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세계적으로 MS의 영향력이 큰 만큼 이번 합병으로 국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중국보다 기준을 강하게 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확인된 조건부 승인 기준을 보면 노키아 보유 표준특허에는 우리 기업에 사용금지를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프랜드(FRAND) 원칙 준수를 요구한다. 비표준특허는 특허괴물 등 다른 업체로 특허가 넘어가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5년간 양도 금지’ 조항을 추가할 예정이다. 특허 사용료(로열티)와 관련해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키아의 과대한 로열티 요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과거 노키아가 다른 기업과 체결한 로열티 상한선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채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노키아 측에 로열티 상한선과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며 그 내용이 승인 기준에 참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그동안 MS가 노키아 특허를 모두 인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였다. 하지만 이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견해를 전달받자 로열티 인상 차단에 초점을 맞춰왔다.

당초 6월로 예상됐던 MS의 인수 승인과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기한은 30일+90일”이라며 “여기에는 심사에 필요한 자료 요청기간 등은 제외되는 만큼 시한을 넘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심사에 들어갔다. 앞서 당사국인 미국과 EU는 MS의 노키아 인수를 승인했으며 중국은 지난 4월 조건부로 승인했다.


김준배·유선일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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