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제조업의 당면 과제는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고민인데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은 오죽할까. 당장 먹고 살기 막막한데 신시장으로 거론되는 분야에 먼저 발을 내디딜 수는 없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대기업 해바라기일 뿐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었고, 그 대열에 동참해 과실을 따가는 게 소재부품 중소업계의 숙명이었다. 결국 중소기업들은 제자리만 걸어온 셈이다.
대기업이 시장을 창출하면 협력사로 참여해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는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요즘 들어서는 대기업도 이익극대화에 나서 핵심 소재·부품까지 내재화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돈 되는 사업을 중소 협력사에 넘겨줄 리 만무하다.
요즘 중소기업의 처지가 그렇다. 하지만 미래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적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혁신은 완성품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 1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독일 보쉬는 완성차 업체의 요구를 미리 읽어 부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했다. 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ABS), 차체자세제어장치(ESC) 등이 그것이다. 덕분에 갑을 관계의 역전현상도 일궜다.
우리는 어떤가. 요즘 뜬다는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보자. 과감하게 사업성을 저울질하는 대기업들은 흔히 볼 수 있지만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뛰어드는 중소기업은 드물다. 먹고살기 빠듯한데 투자는 무슨 투자냐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도전정신이 위협받고 있다. 대기업의 우산하에 안주하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더욱 그렇다.
소재부품 업계만 그런 것일까. 분명한 것은 아무리 동반성장을 외쳐도 결국은 중소기업 자체의 경쟁력이 우선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업을 유지만 할 수 있어도 대단하다는 제조현장에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중소기업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