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Bank 결합, 금융테크(Fintech) 전초전 된 한국

“카카오가 바라보는 금융테크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타깃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모바일 메신저 유저입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지난 16일 한국은행 전자금융 세미나에서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캐나다의 페이스북, 미국의 구글·애플,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공통점에 대해 이 대표는 IT기업의 금융·전자결제 사업 진출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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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뱅크 VS 비바 리퍼블리카 전자결제 서비스 구조

모바일 기반의 4세대 금융 플랫폼이 카카오의 ‘뱅크 월렛’을 필두로 새로운 SNS 5세대 금융플랫폼 전환의 기로에 놓였다.

금융테크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새로운 반향을 촉발하며 금융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금융테크(Fintech)기업이란 IT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카카오, 네이버 등 IT기업이 은행권과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IT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시중은행 또한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이들과 합종연횡을 할 것인지, 독자 노선을 걸으며 경쟁구도를 형성할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이다.

카카오가 뱅크 월렛 상용화를 공식화하며 지난 18일 보안성심의를 신청했다. 예상대로면 올 하반기 전자지갑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총 14개 은행이 참여해 부분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카카오의 목표는 명확하다.

수조원에 달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카톡 결제 플랫폼’을 메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에까지 편의성과 SNS로 기반을 다진 막강한 소셜 유저를 전면에 내세워 쇼핑에서부터 빅데이터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 부가사업을 굴비 엮듯 줄줄이 가져가겠다는 속내다.

수수료 장사를 하던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권은 카카오의 등장으로 기존 서비스 자체가 존폐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의 강점은 간편한 방식의 지급결제 서비스다. 은행 계좌나 카드 정보 등을 기존 모바일 결제 방법에서 SNS나 전화번호 등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의 전자지갑 서비스는 소액 송금 결제와 ATM이용 서비스를 우선 시작한다. 최대 50만원까지 충전, 하루 10만원까지 송금결제가 가능하며 가맹점 수수료도 신용카드 대비 절반 정도다.

문제는 국내 전자금융법의 규제를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IT기업이 얼마나 뚫어내느냐다. 전자금융법에는 허가취득과 등록, 인력확보, 재무건전성, 주요출자자 등의 기준을 금융위원회가 결정하게 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IT기업은 금융사업자가 아니다.

여신금융업법도 신용카드 정보저장을 위해 신용카드 사업자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테크 기업이 단독으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 영국 등 전세계적으로 이들 기술 기반의 금융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 또한 변화하는 금융 플랫폼 환경에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토종 IT기업 뿐만 아니라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 모니 테크놀러지 등 해외송금업체와 P2P대출 전문 기업 조파(Zopa), 여기에 구글, 아마존, 애플까지 전자기반 결제의 사업에 속속 진출하며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또한 카카오를 비롯 비바 리퍼블리카와 같은 IT업체가 은행연계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어떤 시장까지 진출할지는 미지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문제는 각 사업자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들 IT기업이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권과 인수 또는 제휴를 통한 수익채널 분배 및 확보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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