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업 악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구매-제조 갈등 내홍

소재부품 자체 생산에 힘 실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구매와 제조 부서 간 갈등이 심화되는 내홍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제조 부서에서 카메라모듈·케이스·터치스크린패널(TSP)·렌즈 등 주요 소재부품을 내재화하면서 구매부서의 불만이 컸다. 최근 베트남 공장에서 자체 생산한 갤럭시S5용 카메라모듈에 불량이 생기면서 구매부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 내 핵심 부서인 구매·제조가 엇박자를 내면 스마트폰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 판매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설상가상으로 내홍까지 겪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버라이즌향 갤럭시S5 카메라 불량 사건이 터지면서 교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삼성전자의 품질경영을 크게 훼손시켰을 뿐 아니라 버라이즌 등 미 이동통신사들의 신뢰도 잃는 계기가 됐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이내 베트남 공장 카메라모듈 자체 생산라인을 대상으로 10여일간 감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갑작스레 악화되면서 감사는 흐지부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 이유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지만, 이면에는 소재부품 자체 생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감사가 흐지부지 마무리되면서 구매부서의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자체 소재부품 생산 비중이 커질수록 구매부서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력사보다 품질 수준이 낮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도 구매 담당자들은 자작 라인에서 생산한 소재부품을 우선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공장 무인자동화를 골자로 한 ‘구미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추진해왔다”며 “지역 시장 요구에 맞춰 스마트폰 생산 주기를 앞당기려면 핵심 소재부품을 직접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미 프로젝트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업적으로 포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구매·제조 부서 간 갈등을 봉합하는 게 최우선 과제일 것으로 관측됐다.

무선사업부 내 구매와 제조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두 부서의 수장인 김재권 사장과 김종호 사장의 ‘파워 게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재권 사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고, 김종호 사장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의 협력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로 보기도 했다.

Photo Image

김재권 사장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터 무선사업부까지 구매팀장을 역임한 전략구매 전문가다. 지난 2011년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삼성LED 대표이사에서 핵심 요직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 운영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삼성 안팎에서는 서울고 직계 선배인 최지성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종호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세트제조담당 사장(겸 무선사업부 글로벌 제조센터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김 사장은 20여년간 휴대폰 생산을 이끌어온 제조 전문가다. 한때 전임 부회장 라인으로 분류돼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소재부품 자체 생산을 진두지휘해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을 얻었고,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김종호 사장 덕분에 무선사업부 내 제조 조직의 위상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재용·최지성 부회장의 입장을 감안해 두 사람이 갈등을 표면화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되면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은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소재부품 생산을 밀어붙이면서 김종호 사장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갤럭시S5 카메라 불량처럼 품질 문제가 불거진다면 다시 구매 쪽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