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IT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자동차-IT 융합 리더십’ 문제를 두고 불꽃 튀는 공방전을 벌였다.
지난 18일 서울 테헤란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산업창의융합포럼 스마트편리분과 워크숍에서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서로 “상대가 기술을 잘 모른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현대차는 왜 독일처럼 자동차-IT 융합을 리드하지 못 하는가”라는 질문이 청중 가운데서 나오자 송복구 현대차 이사는 “IT 업체가 자동차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송 이사는 “IT 업체들이 자동차 엔지니어링에 대한 역량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면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 돼 있고 경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억~20억원씩 들여 제품을 만들어 오지만 ‘못쓰겠네’ 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즉각 반격이 나왔다.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5G 통신시스템을 연구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권종형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5G를 연구하는 유럽의 큰 단체에 가보니 자동차 회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면서 “통신 분야를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기 위해 요구사항을 가져와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삼성도 자동차를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왔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IT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두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융합을 촉진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된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 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자동차 업계가 IT를 잘 모른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향후 IT 업계와의 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이사는 “자동차-IT 융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두 업계가 협력을 통해 ‘융합적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현대차가 삼성전자와 같은 IT 회사였다면 다양한 IT 분야에 100억이든 1000억이든 돈을 투자했겠지만, 현대차는 어느 기술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양 업계가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수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IT가 따로 놀고 있는데 이를 적절히 코디네이션할 수 있는 리더십이 탄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영섭 서울대 교수 역시 “어떤 제품에서 IT는 99의 좋은 점을 본다면 자동차는 1의 안전문제에 집중한다. 한 번만 실수해도 회사가 망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같은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두 산업이 접근을 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