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내수부진-기업 투자 위축-가계소득 정체-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내수침체의 한 원인은 민간소비 위축 때문이므로 가계의 실질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질임금이 늘어나지 않으면 소비증가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가계 소득의 둔화 원인 중 하나는 기업 소득이 가계로 흘러들어가는 정도가 약화됐다는 점이다. 가계 소득 둔화는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내수 회복속도가 전체 경기 회복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유발했다. 반면에 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와 사내 유보금은 급증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벌어들인 돈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국내 10대 그룹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 유보금은 477조원으로 2010년 말 331조원보다 무려 146조원 늘어났다. 사내 유보율도 1376%에서 1668%로 292%포인트(P) 상승했다.
정부는 쌓인 사내 유보금이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가도록 사내 유보금 과세 등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일자리가 아닌 가처분 소득 증대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면 기업의 투자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와 기업의 확대되는 소득격차 등을 고려해 가계 가처분 소득 증대 방안으로 대기업에 잠겨있는 자금을 가계로 돌리려는 구상은 긍정적이다. 국민경제 선순환을 위해 기업 잉여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되는 구조를 만드는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물론 사내 유보금의 가계이전은 당장 기업의 재산이 줄어드는 문제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계 처분소득 증가-소비증가-기업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 연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내 유보금을 활용해 소비를 촉진하려는 정부 방침에 기업의 적극적 협조를 기대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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