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실적은 좋지만 점점 기대치가 높아진다. 지금까지는 맡은 일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져 달라는 주문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된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양대 주자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얘기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으로 꼽혔던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주춤하는 사이 반도체가 호황 가도를 누리고 있지만 양대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고 있으나 그만큼 해야 할 몫도 불어나면서 닮은꼴 고민에 빠졌다.
김기남 사장(반도체총괄)이 이끄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은 올 들어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이었던 IM(무선)부문이 스마트폰 판매 급감으로 2분기 ‘어닝 쇼크’를 야기했지만 반도체사업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설명 자료에서도 “메모리 사업은 3분기 성수기 효과로 실적 호조세가 강화되면서 전사 실적 기여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만 바라보던 삼성전자에서 반도체가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박성욱 사장(대표이사)의 SK하이닉스 역시 요즘 너무 잘나가 걱정일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우시공장 화재 악재를 보란 듯이 극복하고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했다. 올해 들어 주가는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섰다. 2년 전 SK그룹에 인수될 때만해도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룹 실적 향상을 책임지는 간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룹과 회사에서 반도체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김 사장과 박 사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의 실적 기여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에 편중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2분기 삼성 반도체 사업이 좋았지만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비중이 3~4%에 불과할 정도로 아예 비메모리 사업의 존재감이 없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정 개선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 강화,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 신규 아이템 발굴에 각각 나섰지만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사장과 박 사장으로서는 올해가 가기 전에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의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메모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두 회사 모두 성장동력을 추가 발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