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분리공시 소비자 편익에 도움" 공감대 확산…보조금 상한선은 절충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 상한액을 지정하지 않고 25만원 이상 35만원 이하로 정한 것은 △보조금을 동결하거나 낮춰야 한다는 통신사의 의견과 △보조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제조사·유통가의 주장을 모두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위를 설정해 놓고 구체적인 기준을 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남겨 여지를 둔 것이다.

분리공시(구분공시) 역시 시간을 두고 도입을 고민하겠다는 방침이다. 장대호 방통위시장조사 과장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분리공시 필요성 갑자기 부각됐고, 타 부처 의견도 주말에 접수되는 등 실질적으로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약 20일간 행정예고 기간에 여러 이야기를 듣고 방침을 정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분리공시 필요성에는 공감”…법적 검토 필요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분리공시 필요성에 공감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투명한 보조금 제도 운용을 위해 분리공시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이용자 선택권을 위해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지원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김재홍 상임위원 역시 “제조사에는 영업비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공공정책은 국민에게 잘 알려야 하는 것에 중심을 둬야 하기 때문에 분리공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분리공시를 고민하는 포인트는 ‘법 해석’이다. 단통법상 제조사는 개별회사가 아닌 제조업계(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전체가 이통사에 지원하는 판매장려금 규모만 정부에 제출한다. 이통사는 제조사 판매장려금과 자사 지원금을 합쳐 자료를 정부에 제출한다.

하지만 분리공시가 되면 제조사가 개별 단말기에 지원하는 금액이 소비자에게까지 세세하게 공개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은 영업비밀 공개를 이유로 분리공시를 반대한다.

반면에 이통사는 분리공시에 찬성이다. 분리공시가 단통법 시행 이후 대폭 강화되는 규제 환경에서 과다 보조금 지급 책임 여부를 가릴 명확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부 역시 단통법 주요 취지인 단말 판매와 이동통신 요금 서비스를 분리하는 ‘분리요금제’ 그리고 ‘자급제단말’ 확산을 위해 분리공시를 지지한다. 이통사가 고가 단말기와 고가 요금제를 고객에 강제하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고시로 개별 단말기 보조금 재원을 각각 공개하는 것이 단통법이 정한 범위(제조사 장려금 합산 제출)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검토하고 있다.

결국 분리고시 여부는 단통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할지 소극적으로 해석할지에 달렸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하위법령 제정은 모법을 충분히 해석하거나 소극적으로 취할 수 있다”며 “이해 관계자, 소비자, 부처 그리고 외부 의견까지 폭넓게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6개월마다 보조금 상한액 재설정…“정보수집 능력이 관건”

6개월마다 보조금 상한액이 재설정되는 것에 반응은 엇갈렸다. 이통사 한 임원은 “최소 25만원까지 기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단통법 시행 이후 출고가 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으면 보조금 기준을 낮추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결국 시장 상황을 보고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단통법 도입 전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시장을 규제할 때 자의적인 잣대는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제도의 관건은 결국 전국 단위 정보 수집능력이 될 전망이다. 이통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보조금 상한액의 탄력적 운영이 실효를 보려면 전국 단위를 망라하는 센싱(Sensing, 감지능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시장조사 인력을 늘릴 방침이다. 장대호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안행부와 협의해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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