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으로 떨어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환율상승으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 납품업체로까지 위험이 확산되면서 ‘투자위축·고용감소·내수부진’ 3중고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9일 ‘하반기 환율전망과 대책’ 세미나를 열고 연내 환율 1000원선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외국인 주식투자가 순매입으로 전환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환율 1000원이 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약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를 진작하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수출 감소를 통한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2012년 6월 이후 절상되기 시작했고 현재 51% 절상률을 나타내고 있어 기업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수출증가율이 낮아지고 기업 영업이익이 악화되면서 투자위축과 고용감소, 내수부진이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정책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금융학회는 2010년 이후 중기 균형환율을 1024원으로 추정하고, 최근 환율은 적정수준에서 10% 이상 고평가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원화가 균형환율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1997년과 2008년 같은 외환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제도와 자본이동관리제도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지를 재검토하고, 금융외교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업계에 제시하고, 국내 통화정책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는 것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명확히 해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실질적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화절상으로 소비가 회복될 수 있지만 수입이 늘고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등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은 해외로 이전될 것”이라며 “수출 위축으로 경기회복이 더뎌질 경우 내수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달러화 이외에 주요 통화시장 등으로 위험을 분산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덕룡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이 달러화 외의 주요 통화시장도 개설해 지역적 여건변화에 시장이 직접 대응하게 하고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해 원화 환율이 각 통화에 대해 유연하게 변동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