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가맹점에 무상 지원할 IC카드단말기 공급을 위해 1000억원 사회공헌기금 조성이 확정됐다. 2016년까지 모든 카드결제단말기를 IC기반으로 전환한다. 첫 발을 내딛는데 성공했지만 분담금 배분과 대상 가맹점 선정 등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약 1000억원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는데 합의했다. 여신협회는 일시불 할부와 기업구매 실적 등을 합산해 카드사별로 내야할 분담금 산출 작업에 들어갔다.
카드사별 실적 등을 비교해 점유율이 높은 카드사에는 분담금을 많이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도 큰 이견은 없다.
문제는 이 기금이 여신금융협회 소속 카드사에만 부과된다는 점이다. 당초 영세가맹점 IC공급사업은 지방은행과 은행 소속 카드사도 추진 대상이었다. 하지만 기금조성을 강제할 명분이 없어 이들은 빠졌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협회 소속이 아닌 카드사와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협회 소속 8개사만 기금조성에 참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기금조성 재원은 민간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며 한발 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벌써부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더욱이 우리카드는 계약한 영세가맹점이 없다. 비씨카드가 이를 100%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하는 영세가맹점도 없는데 비씨카드와 중복으로 기금을 낸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영세가맹점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NH농협카드는 기금 조성에서 제외됐다. 협회가 추가적으로 기금 분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농협카드가 이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하나SK카드와 합병을 추진 중인 외환은행 역시 이번 기금 조성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사업이 일부 카드사에 국한해 진행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IC카드단말기를 무상 지원할 대상 가맹점 배분 작업도 골칫거리다. 협회는 매출 2억원 이하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지만, 이들 영세가맹점별로 카드결제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IC단말기를 일괄 설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캣(CAT)단말기와 판매시점관리(POS)단말기의 사용처를 명확히 구분해 보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IC카드단말기 전환이 보안을 강화하자는 취지인데, 결제액이 낮은 영세가맹점에 금전적 목적으로 해킹을 시도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칫 퍼주기식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명확한 보급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IC카드단말기 보급 주체에 대한 이견도 나왔다. 현재 여러 밴(VAN)사를 통해 공급하는 방안, 전담 밴사를 지정해 추진하는 방안, 별도로 이 사업을 담당할 공공 밴사를 설립하는 방안 세가지로 나뉜다. 이를 두고 참여사 간 의견이 엇갈린다.
1000억원 기금 조성에는 합의했지만, 실행을 추진하는데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