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x86사업부가 레노버로 이관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IBM 협력업체들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레노버는 IBM의 사업을 그대로 인수해 x86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업 이관에 따른 혼선과 과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에서도 한국레노버가 한국IBM의 서버사업부 인력과 유통 체계 등을 흡수, 운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변수가 생겼다. 한국IBM의 기존 유통 파트너들 사이에서 이탈 움직임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한 서버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가격을 중시해 레노버와 협력할 경우 경쟁력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산 서버에 인식이 나쁘다”며 “회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는 제조사들 쪽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내 최대 x86서버 공급업체인 한국HP 측은 “최근 들어 신규 사업 제휴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2위 사업자인 델코리아 역시 유통망 확대를 위해 한국IBM 협력사 흡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 관계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IBM은 국내 x86서버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해왔다. 한국IBM의 유통 체계가 넘어갈 경우 한국레노버는 국내 x86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된다.
그러나 한국HP나 델코리아와 같은 경쟁사들이 이를 차단해 기존 한국IBM 유통망을 흡수하게 되면 레노버에 대한 견제뿐만 아니라 자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된다. 특히 중국 서버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유통업체 스스로 새로운 파트너 구축을 모색하고 나서는 상황이어서 부담도 덜 수 있다.
IBM의 사업 매각을 둘러싸고 물밑 경쟁이 심화되지만 정작 레노버 사업 인수는 결론이 나질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레노버의 IBM 사업 인수를 국가 안보 측면에서 우려하면서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