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R&D 효율화를 위한 `다문궐의`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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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던 정부 부처 연구개발(R&D) 사업 설명회가 막을 내렸다. 막을 내렸다기보다 오히려 내년 예산확보를 위한 한 달 보름여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다.

정부 R&D 사업 설명회는 내년 사업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내용별 예산배정의 적정성과 사업 간 유사·중복성 등을 따지는 자리다. 한정된 연구개발 재원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략적 예산 배분으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한정된 R&D 예산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깔려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세계적인 통화완화 정책과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개선 등으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3.4%, 내년은 3.9%로 내다봤다. 특히 해외 무역의존도가 높은(2012년도 기준 94.5%)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에 따른 수출증가로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을 4%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위안화 약세와 원화강세에 따른 환율하락 등은 우리 기업의 수출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우리가 겪은 국가적 재난사태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 상황에 내수 회복 부진 우려마저 높아지는 실정이다. 급기야 경제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을 당초 전망치에서 하향 조정하고 있어 내년 국가 재정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정부 R&D 예산에도 직접 영향을 줘 올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정부 R&D 예산의 역할은 기술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미래기술 개발과 민간 연구개발 활동을 유인하고 보완하는 데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국가안보 수호, 삶의 질 향상, 에너지·환경 문제해결 등과 같이 공공재 성격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재정적 지원 수단이기도 하다. 결국 국가 재정여건 악화는 자칫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연구개발 예산투자 위축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국가예산 여건에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수출비중이 높은 휴대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등 기술집약도가 높은 분야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개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연유로 그동안 우리나라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국가 경제성장의 주요한 요소로 인식해 왔다. 최근까지 R&D예산 증가율은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이는 최근 5년간(2009~2013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들여다보면 정부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4%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R&D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10%대를 유지해 왔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최근 6년간 R&D 분야 국가재정운용계획 추이에서는 10% 이하로 떨어졌고, 양적인 투자 확대여건 악화로 2013~2017년 계획에서는 4.3%로 연평균 증가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국가의 호주머니 사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더딘 세계 경기회복, 점점 낮아지는 경제성장 잠재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등 쉽게 풀릴 수 없는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도 국가살림을 계획하는 예산 설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R&D 예산을 적재적소에 잘 배분하고, 조정해서 예산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다문궐의’의 묘수가 절실한 때다.

이경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사업총괄조정실장 kjlee@kis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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