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로봇 기술로 천연물 재배에서 분석까지 첨단화

간 기능을 강화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는 이고들빼기가 촘촘히 자라고 있었다. 원래 야생초인 이고들빼기를 마주한 곳은 산이나 들이 아닌 실험실이었다. 뿌리는 흙 대신 배양액에 담겨 있었고, 잎사귀 위로는 햇볕 대신 LED 광원이 내리쬐고 있었다. 의약품에 쓰이는 천연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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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형 식물공장 `u팜` 실험실에서 작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

노주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강릉분원 박사팀은 고기능·고부가 식물을 재배하는 ‘고부가가치형 식물공장 시스템(u팜) 개발 사업’을 6월부터 추진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천연물은 식품·의약산업에서 각광받는 자원이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성분과 생산량을 표준화하기 어려웠다. 실내에서 최적의 재배환경을 만들고 성분도 표준화하는 것이 식물공장 취지이자 관건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안보와 나고야의정서 발효 시 예상되는 생물유전자원 수급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식물공장에서는 사람의 오감으로 관찰하던 식물 생육 상태를 ICT와 과학기술로 모니터링한다. 로봇 팔에 달린 센서가 식물 외형과 발산 기체 등을 살펴 데이터로 전송하고,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사용해 빅데이터로 가공한다. 광원으로 쓰이는 LED 모듈은 10㎚ 단위까지 파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연구팀이 자체 제작했다. 식물 생장에 필요한 최적 노출시간과 파장을 찾겠다는 목표다.

u팜 개발 사업은 실제 천연물 원료가 필요한 기업들을 참여시켜 과제를 수행하는 ‘실증형 연구사업’이다. 과제 완료 시 참여 기업은 곧장 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 노 박사는 “2017년 말까지 식물공장을 사업화할 것”이라며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실제 제약산업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재배한 천연물 시료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함정엽 KIST 강릉분원 박사팀이 지난 4월 개발해 운용 중인 ‘초고속 천연물 탐색 시스템(iHTac)’은 하루 5000개가량의 시료를 분석할 수 있다. 성분 분획, 활성 분석, 이미지 분석, 흡착 질량 분석 등 전 과정을 국내 최초로 자동화했다. 이전에는 수작업 방식으로는 종일 매달려도 수백개 시료 밖에 분석하지 못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천연물은 10~100개 성분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기능성 식품이나 약품 원료로 쓰기 위해서는 추출·분석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항염증 성분을 가진 천연물 10종 가량의 분석을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오상록 KIST 강릉분원장은 “천연물 연구도 융·복합화하는 것이 추세”라며 “천연물 외에 다른 ICT·과학 분야 기술도 확보한 것이 KIST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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