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자국 중앙부처들이 이용중인 미국 버라이즌과의 통신서비스 계약을 전격 취소했다. 스노든 폭로 이후 불편해진 양국 관계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각) 독일 내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트로이 등 컴퓨터 바이러스의 잦은 창궐로 내부 행정망의 일제 점검이 필요, 관련 서비스업체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또 “주요 공공 네트워트를 외국 정보기관의 공격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매우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전직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정보기관이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을 10여년간 도·감청해온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버라이즌은 독일 현지법인을 통해 지난 2010년부터 베를린부터 본까지 700㎞에 달하는 행망용 네트워킹 인프라 서비스를 독일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내무부과 일부 정보기관 등 독일 행정부 내 중앙 부처간 커뮤니케이션용으로 활용돼 왔다.
당초 계약 만료는 내년 말이지만 독일 정부는 일방 파기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감수하며 초 고강수를 둔 셈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버라이즌의 서비스는 자국 이통사인 도이치텔레콤이 대체할 것”이라며 “도이치텔레콤은 이미 독일 정부의 공공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많이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데트레프 에피그 버라이즌독일 법인장은 “버라이즌독일은 독일회사며, 우리는 독일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라이즌 미국 본사도 공식 성명을 통해 “2013년 이후 미국 정부에 어떠한 형태의 고객 데이터도 넘겨준 바 없다”며 “만약 미국 정부가 그 같은 요구를 해온다면 즉각 법적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버라이즌은 2013년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