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천식 치료제의 재발견…난청에도 효과

몬테루카스트는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쓰이는 약이다. 염증 매개물질인 시스테인 류코트리엔 신호전달계를 억제해 알레르기성 기도 질환을 완화한다. 15년 이상 사용돼 안전성이 검증됐고, 2011년 12월 특허가 만료돼 우리나라 제약회사들도 복제약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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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루카스트 투여 결과 일시적 청각 손상은 발생했지만(A) 영구적 청각 손상은 크게 줄었다(B)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이 약이 소음성 난청 치료에도 이용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스테인 류코트리엔이 소음으로 인한 청각세포 소멸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규명됐기 때문이다. 천식 치료제가 이 물질을 억제하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청각세포 소멸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상면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팀은 시스테인 류코트리엔 신호전달계가 소음에 의해 활성화되고 결국 청각세포 손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단백질 분해효소 ‘MMP-3’ 활성을 증가시켜 청력 손상에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쥐 실험에서는 몬테루카스트 효능도 재발견했다. 생쥐를 112㏈ 소음에 3시간 노출시킨 뒤 한 시간 이내에 몬테루카스트를 투여했다. 4일 간 약을 준 결과 생쥐의 영구적 청력 손실이 감소했다. 일시적 청력 손실은 막을 수 없었지만, 약물 효능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해석했다. 청력 손상 정도는 소음에 노출된 지 14일 뒤에 측정했다.

약물 효능이 입증된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소음성 난청 치료제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임상시험 등 후속 연구가 마무리되면 소음에 노출되기 직전이나 노출된 직후에 복용해 청력 손상을 막는 약으로 쓸 수 있다.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임상시험 기간도 줄어들 예정이다. 임상시험을 통과하거나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의 용도를 새로 찾아내 확장하는 신약 개발법이다.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을 심장병 예방에 활용하거나, 폐동맥성 고혈압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치료제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 예다.

박 교수는 “몬테루카스트는 15년 이상 안전하게 처방돼 온 약물”이라며 “단기간에 임상시험이 가능해 수년 내에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신약재창출은 약물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미국에서는 정부가 관련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소음성 난청은 귀마개 등으로 소음 자체를 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이마저도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실제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장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다. 후속 연구와 임상 시험이 성공한다면 최초의 난청 ‘치료제’가 되는 셈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선도연구센터 지원 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학원회보(PNAS) 23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되기도 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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