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SW BMT 도입으로 국내 SW 산업 경쟁력 키워야"

공공 분야에서 소프트웨어(SW)를 구매할 때 제품의 성능과 기술력보다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제안서로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제품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수한 SW를 발굴하기 어렵고 국내 SW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수한 국산 SW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검증할 수 있는 평가 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로 벤치마크테스트(BMT)다. 이에 전자신문은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좌담회를 마련, SW BMT를 이용해 상용 SW 제안서의 실효성을 높이고 우수 SW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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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벤치마크테스트 제도화 좌담회’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이 우수 토종 SW 발굴과 육성 대안 및 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참석자

강은희 새누리당 국회의원

신석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소프트웨어시험인증연구소장

이정배 부산외국어대학 부총장

임성민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진흥팀장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

사회=서동규 전자신문 SW산업부장

◇사회(서동규 전자신문 SW산업부장)=공공 분야 상용 SW 구매 시 기술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제품의 성능 우수성보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BMT가 주목받고 있다. BMT가 우수 SW를 발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BMT는 동일한 기능에 대해 여러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하드웨어(HW)를 구매할 때 BMT를 많이 도입하는 데 비해 SW 제품은 성능 비교 분석이 쉽지 않다. 성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SW 시장에서는 인지도 높은 외산 제품만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

최근 공공 부문에서 SW를 구매할 때 BMT를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가격의 동종 SW라면 성능과 품질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셈이다. BMT가 시행되면 SW를 구매하는 데 품질과 기능이 강조되고 결국 SW 시장에서도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SW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이정배 부산외대 부총장=SW 시장은 브랜드 파워 격차가 심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SW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인지도가 거의 없는 SW도 있다.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나 SW 품질은 브랜드와 일맥상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기능과 품질 등을 제대로 평가한 SW가 필요하다.

BMT 도입은 품질은 뛰어나지만 인지도가 낮은 국내 우수 SW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업계에서도 지속적인 SW 연구개발(R&D)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인정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자 품질을 향상시키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신석규 TTA 소프트웨어시험인증연구소장=BMT는 동종의 경쟁 제품끼리 비교우위를 가리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제안서를 이용해 SW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 과거 국방부에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에서 BMT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누구나 알만한 외산 제품과 국산 제품이 경쟁에 붙었는데 국방부에 적합한 DB로 국산 제품이 선정됐다.

물론 BMT가 외산과 국산 SW의 경쟁 구도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품질의 적합성을 따져 외산이 필요한 곳에서는 외산 SW를, 국산이 필요한 곳에는 국산 SW를 사용할 수 있도록 품질과 성능을 따지자는 것이다.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결국 수요자에게 적합한 SW를 기능적으로 선별하는 데는 BMT가 필요하다.

◇사회=SW 구매 시 BMT를 의무적으로 적용하자는 의견이 많다. SW 산업에는 BMT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SW 시장에서 구매는 기술 변별력이 부족했다. 학연과 인맥 등 로비 중심 영업 방식이 만연했다. 이제는 기술 중심으로 시장이 투명해져야 한다. SW를 잘 만드는 기업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기존 정책으로는 SW 기업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BMT다. 공정성은 평균을 의미한다.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은 기술품질을 상향평준화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차별성을 분명히 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나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보안 관련 SW는 BMT로 국내 우수 제품이 많이 발굴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름 있는 외산 SW보다 추가적인 기능과 기술이 있으면 인정받아야 한다.

군 사례를 언급했는데 지금까지는 외산 SW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다. 양산에 들어가면 국산 SW 기업이 용역으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SW 가격을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다. BMT를 적용하면 적합한 품질에 따른 가격이 형성될 수 있고 SW 생태계를 바꾸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

◇강은희=BMT는 단순히 국산 SW 대 외산 SW의 대결 구도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생태계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BMT로 무조건 국산 SW를 보호한다면 이 또한 경쟁력을 잃는 행위다.

국산 SW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인지도 높은 제품이 있고 그렇지 못한 제품이 있다. BMT가 없으면 인지도 없는 제품은 전멸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일반 제안서나 설명서, 발표자의 능력으로 제품이 선정됐는데, BMT를 이용해 기술 평가에서 면밀한 기능을 비교, 테스트해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BMT는 사용자 중심으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조금 낮더라도 우수한 SW를 구매할 수 있다. SW 기업은 SW를 팔고자 로비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R&D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로 가다 보면 국내 제품 경쟁력이 좋아져 해외로 진출하는 등 글로벌 SW 기업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생길 것이다.

◇사회=SW 산업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BMT가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BMT를 도입하는 데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정배=우선 모든 SW에 BMT를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SW 종류와 성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술 평가 방법도 다양해질 수 있다. BMT가 법제화된다면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SW 인증평가 기관인 TTA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규모로는 조직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SW와 HW 평가 환경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진단해야 한다. BMT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BMT 수요에 대응해 규모에 따른 전문가 확보도 시급하다.

◇임성민 미래부 SW진흥팀장=BMT 적용에는 전제가 있다. 바로 구매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매자 조건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BMT다. 예를 들어 한 공공기관이 시스템 구축 사업을 한다면 우선 DB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SW가 들어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는 인지도에 따라 비싼 제품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제는 필요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BMT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든다.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 것인지,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SW를 구매할 때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는 SW를 납품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신석규=BMT 시행의 생명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GS인증을 하는 TTA도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BMT를 시행하는 데 TTA가 중심을 잃으면 안 된다.

BMT가 실제로 법제화되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테스트 환경과 인력 보충도 필요하다. 테스트 적체현상이 생기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계적 시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일정 규모 BMT를 착수해보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BMT는 구매자에게 우수제품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급자에게도 자사 제품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BMT 단계에서 자사 취약점을 파악하고 수정하면서 기업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사회=BMT가 의무화된다면 비용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비용은 어떻게 누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가.

◇강은희=가장 좋은 것은 구매하는 쪽에서 BMT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좋다. SW 구매자가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이름만 있는 SW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SW를 산다는 인식이 있으면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구매자에게 이런 예산의 여유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SW 예산 가운데 실제 입찰 가격은 80~90%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산 대비 BMT 비용은 아주 적은 규모다. 입찰 가격과 예산의 격차를 최소화해 BMT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낙찰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발주 담당자에게는 BMT를 이용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명분을 준다. 예산을 조금 더 사용하더라도 결국 발주 기관에 이익이 돌아오는 구조다. 똑같은 가격에 더 좋은 성능의 SW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BMT를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공급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공공 인증기관을 이용하면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TTA도 추가 예산을 확보해 SW 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할인율을 높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일정 부분 국고에서 지원해주는 등 이중, 삼중으로 대안책을 마련하면 BMT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외에는 시행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최상의 방법은 구매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

◇조풍연=지금도 SW 업체에서는 사업 대가를 올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매자가 BMT를 예산에 반영하면 좋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열악한 부분이 있다. 분리 발주는 낙찰가가 대부분 80% 수준에서 결정되는데 BMT를 시행하려면 이 낙찰가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비전을 줘야 한다. 통합 발주는 대형 SI와 하도급 SW 기업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구매하는 SW 물량은 조달청을 이용해서 이뤄진다. BMT가 시행되려면 조달청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제안서로 기업 재무 등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BMT는 객관적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건별로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일괄 주기 형태로 갈 것인지도 정해야 할 것이다.

SW 기업에서 BMT 비용을 지불한다면 업체 사활을 결정할 수도 있다. 특히 영세 SW 기업에는 자체 BMT 비용 부담은 어려운 점이 많다. 중소기업도 BMT에 참여한 SW 업체에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시장 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임성민=BMT를 제도화를 하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 수요를 충족시킬 것인지 고민도 하고 있다. 현재 법체계상 인증기관은 TTA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수요가 증가하면 다른 기관에서도 인증기관이 될 수 있도록 절차가 마련된 상태다. BMT 비용 부담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중소기업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에서 준비하고 있다.

결국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시각에서 BMT 도입에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수요 예측과 비용 부담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단계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해 차근히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BMT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목표인 SW 생태계를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정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