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지금 ‘제조업’ 전쟁에 불이 붙었다. 정부 지원 아래 ‘뉴제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전통 제조업 강국 독일은 민관 공동으로 제조업 혁신 정책 ‘인더스트리4.0’을 추진 중이다. 인더스트리4.0은 제조업에 ICT를 접목해 4차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제조업 혁신의 청사진이다. 올해에만 2억유로를 투입해 제조기업의 ‘스마트 공장’ 구현을 지원한다. 폴크스바겐·보쉬·BASF 등 수많은 대기업과 강소기업이 이 정책에 발맞춰 제조업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멘스는 생산 공장을 공정 고도화로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시켰고, 폴크스바겐도 지능형 공장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웃 유럽 국가들이 1000억달러 수준의 무역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독일만이 유일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이다.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4.0으로 제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미국도 오바마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리메이킹 아메리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구글 글라스, 애플 맥북 등 첨단 제품들의 생산 시설을 미국에 두도록 했다. 이런 정책은 ‘리쇼어링(공장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는 현상)’도 가속화시켰다. GE는 냉장고 온수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켄터키주로 이전했다. 이 밖에도 150개가 넘는 제조기업이 해외에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왔다. 정책적 혜택을 주다 보니 다른 나라의 글로벌 제조 기업까지도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정도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던 미국이 이제는 ‘세계의 공장’ 지위마저 넘보고 있다.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뛰어넘어 이미 첨단 제조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엄청난 자본력과 풍부한 인재, 세계 최대 소비력이 그 힘이다. 레노버와 샤오미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짝퉁’으로 시작한 중국 기업들이 지금은 삼성전자와 애플을 견제할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핵심도 사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다. 엔저를 무기로 자국 제조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 지난해 일본 제조업체 상당수의 순익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프로그램(SIP)’도 추진 중이다. 올해 515억엔을 투입해 자동운전시스템 등 차세대 인프라 부문과 에너지부문 5개 과제를 혁신키로 했다.
이처럼 독일·미국·일본·중국 등 선진 각국 정부가 하나같이 ‘제조업 르네상스’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경제 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활은 재정을 건실하게 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하는 등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가 독일과 미국 등이 제조업 부활에 나서는 배경을 곰곰이 따져보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