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 행위 위법성 판단기준도 완화된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 행위 판단기준에서 공급비용 요건을 삭제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공급비용 요인)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가 위법한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고,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른 시장기능에 의한 가격 형성 메커니즘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제품 원가를 현저히 낮추고도 판매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공정위는 가격 변동분 중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변동된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공급비용 요건을 삭제했다. 기업이 다수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공통비용 배분 문제 등으로 해당 제품의 비용 인상률을 산정하기 어렵고 비용 인상률을 산정하더라도 정부가 적정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높은 가격만을 문제 삼는 규제 자체를 자제하는 주요 국가의 동향도 작용했다.
미국은 가격남용 규제가 기업의 모험적 연구개발과 창의적 혁신 노력을 저해한다고 보고 기본적으로 규제에 부정적이다. 유럽도 완전독점 사업자나 점유율 90% 이상의 지위를 갖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규제한다.
이번 개선으로 공정위는 집행이 사실상 곤란한 요건을 제외해 시장 참여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혁신과 비용절감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 기업의 혁신 의욕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경쟁 상황이나 소비자 보호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공급자 위주의 가격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법적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규정 자체를 없애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며 “몇몇 기업에는 가격 횡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규율’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가격·생산량 등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행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중 상품 가격을 경쟁적 시장의 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유지·변경하는 것이 ‘가격남용’이다.
현행 규정은 가격남용을 판단함에 있어 수급변동 요인 외에 사업자가 해당 상품을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판단하게 되어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