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M&A 활성화의 전제 조건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정작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으로선 갈증이 여전한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 회수 시장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나 성장기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상장 직전의 회사에만 투자하려 하고 아무리 자금공급을 늘려도 자금 갈증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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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회수방법에는 코스피, 코스닥이나 코넥스시장에 거래를 트는 상장(기업공개·IPO)과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M&A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활발하지 않아 벤처기업 투자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정부 발표에 의하면 창투사가 투자한 기업이 창업에서 상장까지 평균 14년이 걸린다고 한다. 더구나 벤처투자 자금의 존속 기간이 미국은 보통 10년인 데 비해 우리는 5년이어서 투자한 후 이 기간 이내에 회수해야만 해 보통 3년 이내에 상장할 회사만 집중적으로 찾다 보니 정작 자금이 필요한 초기와 성장기 벤처기업 자금 갈증이 여전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설립된 법인 기업이 7만개 이상이다. 코넥스 도입 등으로 상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도입하고 있지만 지난해 코스닥 등록회사는 37개사에 불과하고 코넥스시장은 활성화가 안 돼 벤처기업 상장 수요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상장하기 위해 많은 투자자에게 사업이 안정적이면서 성장 가능하다는 것-매출 증대, 영업이익률 등-을 확증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창업 5년 이상 지나야 상장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M&A는 매수자만 있다면 이달에 투자했다가 다음 달에 매각해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상장 조건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 벤처투자 회수를 활성화하면 초기와 성장기 벤처 투자가 동반 성장하기 때문에 M&A를 활성화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이유다.

미국은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때 처음부터 신규 사업에 직접 진출보다는 진출하고자 하는 사업 분야에서 기술이나 시장 점유율이 1등 혹은 2등하는 기업을 제값을 주고 M&A하는 것이 공식화돼 있다. 구글이 창업한 지 20개월밖에 안 되고 기술도 없지만 단지 경쟁기업보다 빨리 시장에 출시해 이용 회원이 많은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약 1조 7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나 페이스북이 창업 2년밖에 안 된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200억원)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대표 ICT 대기업은 1년에 수십개씩 기업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신규 사업 진출 시 중소·벤처기업들로부터 핵심 인력이나 기술을 빼가서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해 확장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적정한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수요 부족이 M&A 활성화가 안 되는 큰 이유다.

M&A 활성화를 위해서 대기업이 벤처기업으로부터 핵심 기술이나 인력을 빼 갈 때 피해금액 기준 세 배의 과징금 부과를 피해 기업 기업가치의 세 배 이상 과징금 부과로 전환해야 한다. 매출액이 적어 기업 가치를 산출할 수 없는 초기 벤처 기업은 투입된 비용의 10배 정도의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면 인력이나 기술을 빼 가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 기업을 제값에 인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M&A가 활성화될 것이다.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수자가 제값을 주고 기업을 인수해 키우겠다는 인식을 전환하도록 만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M&A가 활성화될 것이다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가 빠른 ICT 분야는 모방이나 추격 전략으로 사업하다가는 노키아와 같은 공룡 기업도 한순간에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그래서 정부는 벤처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기업이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투입된 R&D 자산이 사장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 향상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M&A 활성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나도진 벤처플랜 대표 edward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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