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저탄소제 논란 쟁점 `산업 위축 vs 환경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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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차협력금제도(이하 저탄소제)가 암초에 걸렸다. 하위법령 작성을 위해 부처 간 협의차원에서 진행된 공동 연구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한 공청회는 결국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법의 시행과 유보, 무엇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 산업계는 공동건의서를 통해 저탄소제를 규제로 언급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등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육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당초 취지는 희미해졌고 지금은 산업육성과 환경보존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대표 논란이 됐다. 시행 반년을 앞둔 상황에서 저탄소제 갈등의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조명해본다.

◇50년 공든탑 무너질까 걱정하는 산업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고 하위법령 작성만 앞둔 저탄소제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자동차 산업계의 경쟁력 위축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자동차 산업계는 제도 시행으로 중대형차 구매 고객의 차량 구매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판매량 하락과 함께 자동차 유관 산업의 경쟁력 약화, 고용감소 등을 예상하고 있다. 1960년대 뒤늦게 시작해 이제는 세계 5대 생산국으로 성장한 자동차 산업이 50년간 쌓아올린 시장 지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력 약화 논란은 국내 자동차 산업계의 수익 구조와 저탄소제 구매 부담금 구간 설계의 충돌이 이유다. 국내 자동차 산업계는 경차보다는 중대형 차량 비중이 높다. 수출 실적에서도 대형차 비중이 2007년 2.8%에서 2013년 5.6%로 성장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대부분의 차량 판매 실적이 감소했지만, 그랜저는 제자리 수준을 유지했고 에쿠스는 판매량이 늘었다. 특히 그랜저는 지난해 12월 소나타보다 더 많이 팔려 소비자 구매패턴이 좀 더 대형화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업계 입장에선 중대형차 시장 비중이 커지는 만큼 해당 차량에 추가부담금을 부여하는 제도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저탄소제는 그랜저급 이상 차량부터 부담금을 부과하는 설계를 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만 바라봐도 그랜저 판매량이 늘어나고 신규 고급세단 라인인 AG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저탄소제의 등장이 반가울리 없다.

산업계가 저탄소제를 규제로 주장하는 이유는 중복 과세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별소비세, 취득세, 자동차세, 유류부과세 등 차량 구매와 등록·보유·운행단계서 조세 부담이 커 과세 개념의 저탄소제 부담금을 추과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 평균연비 규제로 대형차를 팔기위해선 일정수준 친환경차를 판매해야 하는 만큼 중복성이 있는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차량 가격 구분에 따라 시장에서는 동급 차량으로 인지되지만, 배기량 차이로 일부 수입 차량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동차업계는 저탄소제가 일부 수입차에 비해 국산차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대로 볼 때 국내 3000CC급 대형차의 수입 경쟁 차종은 2000CC급 차량이다. 같은 가격대의 차량에서 수입산 중형차가 연비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제도가 시행되면 국산 차량은 구매시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경쟁 수입차는 원래 가격으로 구매하거나 보조금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자동차 업계의 반대 논리 중 하나다.

◇미래 시장위한 선제적 준비 필요, 자동차 산업 변해야

제도 시행 주체인 환경부는 산업계 의견에 과도하게 부정적인 전망이라는 입장이다. 제도 시행에 따른 경차 및 친환경차 수요 증가, 자동차 소비문화 개선,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대응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일부 자동차 회사의 부정적 효과만 부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의 저탄소제 시행 주장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부터 시작한다. 온실가스 로드맵상 2020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178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규제를 강화해 1620만톤을 줄이고 나머지 160만톤은 저탄소제로 감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도 자동차산업계의 경쟁력 상실보다는 친환경차 시장의 확대 에너지 소비 감소, 대기질 개선 등 다양한 편익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대형차 중심의 국내 내연기관 차량 시장에 영향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지만, 그만큼 전기차와 경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의 시장이 커질 것이고 관련 기술개발로 국제 친환경차 트렌드에도 맞춰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등 중대형 차량 판매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관련 수요가 그랜저 하이브리드, 소나타 하이브리드의 판매량 증가로 대체된다는 설명이다.

전체 산업 부문에서도 전기차 관련 배터리, 모터,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산업의 부양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와 같은 전기차 핵심부품은 우리나라가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 지출 부문에서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보조금이 재정 지출로 나가고 있지만, 저탄소제는 해당 재정을 중대형차의 부담금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량 혜택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일부 수입차량이 보조금을 받는 경우가 생기지만, 이는 일부일뿐 보조금을 받는 국산차량의 종류가 더 많다고 설명한다.

대표차종 변화도 산업계가 국산 내연기관 차량의 감소와 수입 친환경차의 증가만 부각하고 있다며, 정작 국산 친환경차 판매 증가와 수입 내연기관차의 감소는 감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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