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가 자체 보유한 특허를 개방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테슬라모터스 측은 특허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EV(전기자동차) 보급을 가속화하는 것이 회사의 임무라면서 이번 조치가 다른 제조사를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테슬라모터스가 비영리단체는 아니다. 전기자동차를 제조해 판매하려는 게 결국 이 회사의 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모터스가 특허를 모두 공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모터스가 판매를 높이려면 결국 전기자동차 시장 자체가 커져야 한다. 모델S(Model S)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결국 아직까지 틈새시장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몇몇 유명인사에게 모델S를 팔았다고 해서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모델S의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는 2만 2,477대, 올해는 3만 5,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팔아봐야(?) 전기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한계가 명확한 것이다.
모델S는 기존 가솔린 자동차와 견줘 대안이 될 만한 수준을 갖춘 전기자동차다. 보통 전기자동차의 최대 연속 주행 거리는 110∼160km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델S는 이를 훨씬 웃도는 257km, 370km, 483km 3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충전도 220V 기준 4시간, 440V 기준으로는 45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가장 매력적인 건 연비다. 370km를 달려도 전기세는 한화로 5,000원 돈에 불과하다.
테슬라모터스는 미국 전역에 급속 충전 스테이션, 그러니까 주유소 역할을 하는 지점을 96개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에서 제공하는 무료 충전소만으로 미국을 횡단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 전기자동차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곳이 테슬라모터스만 있는 건 아니다. 만일 이들 회사의 자동차가 테슬라모터스의 기술을 도입해 주행거리가 긴 전기자동차를 만들게 되면 테슬라모터스 입장에선 바람직한 상황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슬라모터스의 장기적인 목표는 주행거리가 320km에 이르는 차량을 3만 달러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테슬라모터스는 2만∼3만 달러 사이 모델인 블루스타(BlueStar)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제조사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면 틈새에서 주류 시장으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고 테슬라모터스는 자사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것이다. 테슬라모터스 입장에선 시장을 늘리는 것, 그러니까 전기자동차 보급을 높이는 게 결국 기업을 성장시킬 방편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만일 기대한 것처럼 테슬라모터스의 기술을 다른 제조사가 채택하게 되면 테슬라모터스는 또 다른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테슬라모터스가 보유한 기술 가치나 방향성이 옳았다는 걸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고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당장 수익만 봐도 테슬라모터스가 지난해 5월 결산 발표에서 창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당장 수익 문제보다 시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테슬라모터스의 매출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발비용이 계속 늘어 영업이익은 계속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 입장에서 본다면 특허 개방에 따른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은 BMW나 토요타가 기술을 훔치는 게 아니라 주요 자동차 업체가 EV에 관심이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앨론 머스크는 테슬라모터스가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가 이용할 수 있는 고속 충전 표준을 촉진하려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표준 책정을 위해 BMW와 대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모터스는 잠재적인 특허 괴물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적 수단으로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적극 출원하는 한편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특허에 소급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모터스의 CEO 앨론 머스크는 제2의 스티브잡스로 불리는 인물이다.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고 민간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와 테슬라모터스 등을 설립하는 등 도전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의 이번 특허 개방이라는 모험이 에디슨의 부로 돌아올지 테슬라의 궁핍한 삶으로 되돌아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앨런 머스크 개인이 아니라 회사의 성공과 실패를 뜻하는 것). 엘론 머스트가 블로그를 통해 발표한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