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설계 업체 락칩(Rockchip)이 자국 시장에서 급부상한 데 이어 한국에도 진출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실화되면 미디어텍·마벨 등 글로벌 팹리스가 선점한 국내 저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락칩은 연내 국내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태블릿PC향 AP로 시작,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향후 스마트폰 등으로 제품군을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락칩은 몇 년 전부터 국내 시장 진입을 고민해왔다”며 “한국을 포함해 해외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본격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락칩은 스마트폰·태블릿PC·셋톱박스 등에 쓰이는 보급형 AP를 만든다. 특히 중국에서 화이트박스용 저가 AP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화이트박스는 상표가 없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기반 태블릿PC로, 10만원대 이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락칩은 중국에서도 칩을 싸게 공급하기로 유명하다”며 “화이트박스 AP로는 기존 강자인 대만 미디어텍을 위협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락칩은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암(ARM) 코어 기반 AP 공급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저가 모바일 AP시장은 미디어텍·마벨 등 해외 팹리스가 점유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엠텍비전·코아로직 등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이 있었으나 가격 경쟁력에 밀려 대다수 사업을 정리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가 독자 AP를 개발한 영향도 컸다.
업계 관계자는 “락칩의 시장 진입은 선발업체들 간 단가 인하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다만 국내 팹리스들은 중국 등 신흥국을 타깃으로 하거나 비모바일용 AP를 주력으로 삼아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업계는 화이트박스를 시작으로 국내 태블릿PC 시장이 활성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선 국내 시장에서 화이트박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태블릿PC 시황이 부진했던데다 국내 소비자들은 사후서비스(AS) 등을 중시해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면서 “최근 들어 화이트박스가 가격 대비 활용도가 높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