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난제에 부딪쳐 그동안 개발이 더뎠던 반사형 디스플레이가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JDI)·퀄컴 등이 색재현율과 명암비(CR)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을 연이어 공개했다.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연구개발을 중단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JDI·퀄컴은 최근 열린 ‘국제 정보디스프레이학회(SID) 2014’에서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각각 공개했다. 이들이 선보인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기존 기술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백라이트유닛(BLU) 없이 외부 빛을 이용해 빛을 반사시켜 화면을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LCD에 백라이트유닛(BLU) 없어도 된다는 가능성 때문에 산업계와 학계가 연구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특히 아마존이 전자책 ‘킨들(Kindle)’에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전자책 시장이 시들해진데다 기술 개발 및 활용도의 한계 탓에 외면받게 됐다.
일본 JDI가 선보인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인치당 픽셀 수가 321ppi, 색재현율 30%, 명암비(CR) 30대 1의 성능을 갖췄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화질 좋은 칼라 사진이 색재현율 20%, CR 16대 1 수준”이라며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능을 개선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반사형 디스플레이 ‘미라솔’에 SMI(Single Mirror IMOD)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제품을 공개했다. 차세대 미라솔은 하나의 픽셀에서 거의 모든 임의의 색을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 해상도는 577ppi가 넘는다. 빠른 응답속도를 구현해 동영상 재생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점도 돋보인다.
반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지난 2012년 전자종이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반사형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손을 놓았던 실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자책은 일부 고객층을 제외하고는 수요가 없다는 점에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며 “지금은 LCD 패널의 ‘저전력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반사형 디스플레이 기술에 주목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연구 성과는 없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부터 e잉크(e-ink)를 이용한 전자종이 개발에도 관심을 뒀으나 e잉크 재료가 대만 업체의 독점으로 가격이 높고, 색상 구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미뤘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의 BLU 성능과 효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서 반사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와치 등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