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웨이퍼당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 전환

미세공정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세계 반도체 업계의 웨이퍼 단위 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이후 처음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친환경을 강조해왔던 노력이 무색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가스 정화 장비를 고도화하는 등 업계 차원의 대응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대만·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세계반도체협회(WSC) 6개 회원국 반도체기업의 웨이퍼 단위 면적당(원단위) 과불화탄소(PFC)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PFC가스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의 일종이다.

WSC가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원단위 PFC가스 배출량을 환산한 NER(Normalized Emission Rate)는 2012년 0.31(이하 단위 ㎏CO2e/㎠)에서 0.32로 늘어났다.

WSC 회원사들은 지난 2011년 오는 2020년까지 NER를 2010년 대비 30% 낮춘다는 자발적인 감축 프로그램에 합의한 후 매년 원단위 PFC가스 배출량 절감 노력을 펼쳐왔다. 이에 힘입어 NER는 2010년 0.33에서 2011년 0.32, 2012년 0.31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작년 NER가 높아진 것은 10나노대 미세공정 도입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구조가 미세화할수록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고 반복 횟수가 많아져 가스 배출량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WSC 회원사들의 PFC가스 배출 총량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까지는 회원사들이 자국에서 운영하는 생산라인 배출량만 집계했으나 이번 조사부터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처럼 해외 라인도 집계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CH2F2, C4F6 등 그간 집계 범주에 넣지 않았던 새로운 가스 4종이 편입된 것도 전체 PFC가스 배출 총량 확대를 가져왔다.

자연스레 반도체 업계의 가스 배출 절감 노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WSC와 업계는 생산라인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배출 총량을 줄이기보다는 원단위 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생산라인의 장비 투자는 20~30%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업체로서는 원단위 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한 온실가스 자체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며 “세계 반도체 업계가 같은 양의 웨이퍼를 생산하더라도 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화 장비를 고도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반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가스 스크러버에 힘을 쏟고 있다. 과거에는 탄소 계열 위주였으나 최근엔 질소 계열 가스 정화 장비 도입도 늘리고 있다. 이에 맞춰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 유니셈 등 국내 가스 스크러버 업체들도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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