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주전산장비 교체 잠정중단...봉합 못한 채 `금감원`으로 공 넘겨

2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금융IT’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던 KB국민은행의 주 전산장비 교체가 잠정 중단됐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알력 다툼’으로까지 비화된 국민은행 사태는 내부 봉합에 실패하고 금융당국에 공을 미루면서 당분간 경영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내부 문제 봉합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모든 결론을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이후로 미뤘다. 이사회는 이 행장 등 경영진이 상정한 주전산시스템 교체계획 원점 재검토 방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 방안은 이사회에 앞서 경영진이 경영협의회를 열고 이사회 상정키로 한 것으로 IBM메인프레임을 입찰에 포함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의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전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장비 교체에 반대해 온 행장과 감사, 또 교체 결정을 이미 내린 이사회 간 시각차는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 감사위원은 이사회 이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건호 행장과 제가 해야할 일은 모두 했다”며 “이사회서 어떻게 판단하든, 이제 주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는 당국 손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야할 일은 다 했기 때문에 이사회에 감정은 없고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9일부터 국민은행 감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진행 중인 검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 전산장비 교체과정은 물론이고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으로 세부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관련 당사자는 물론이고 KB금융지주, 국민은행 경영진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며, 가능한 빨리 결과를 도출해 사태의 장기화를 막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감사가 곧 마무리 돼 관련자와 경영진에 대한 제재까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수년간 준비해 온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프로젝트는 공중에 뜨게 됐다. 지난달 21일 입찰 마감에는 SK C&C 한 곳만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았다. 이에 입찰 마감 시한을 지난달 29일로 연장했지만 추가 참여는 없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장기간 회의를 거치고도 내홍이 해소되지 못함으로써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에 구멍이 났음이 재확인됐다”며 “경영진이 내부 사태해결을 주도하는데 실패하고 금융당국에 의존하는 모습은 리더십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경영진 퇴진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사태해결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당장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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