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재입찰 했지만 진행 불투명…재입찰도 SK C&C 단독

국민은행이 재입찰까지 진행했지만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입찰 결과 1차와 동일하게 SK C&C 외 다른 기업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당분간 사업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을 둘러싼 논의가 길어져 곧바로 사업 추진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산될 수도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전산시스템 교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내부 특별감사를 안건으로 상정, 보고 받기로 했다. 감사보고서는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유닉스 기반 시스템이 유리하게 평가되도록 가격과 전환리스크 요인을 의도적으로 왜곡, 누락한 증거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보고서가 받아들여지면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은 전면 재검토된다.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은 한 달이라도 지연되면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 기간은 최단 13개월이 소요된다. 내년 7월 한국IBM과 계약만료 이전에 사업을 완료하려면 늦어도 6월 초 착수해야 한다. 한국IBM은 추가 단기계약에 따른 월 89억원을 메인프레임 사용금액으로 요구했다. 국민은행은 통상 사용금액의 세 배인 단기계약보다는 한국IBM의 장기계약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입찰에도 불구하고 SK C&C 외에 다른 기업이 제안하지 않은 것은 사업 위험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 제안에 참여, 준비했다 사업이 무산되면 비용 손실만 떠안게 된다. 국민은행 제안요청서(RFP)에 명시한 사업수행자 페널티 항목도 제안을 기피한 배경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7월 말까지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월 89억원의 메인프레임 사용금액을 사업자가 지불하도록 하는 페널티 조항을 만들었다.

반면에 국민은행이 이사회에서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면 SK C&C와 수의계약을 진행한다. SK C&C는 오라클과 한국HP의 유닉스 서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여종의 소프트웨어(SW) 영역도 함께 제안했다.

SK C&C 제안에 참여한 중소SW업체 대표는 “재입찰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사업이 무산되면 국민은행은 IT업체 대상으로 장난을 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충분한 해명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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