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김국현 대표가 주장한 ‘오래된 관치주의’가 사라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낡은 사회구조 변경을 위해서 산업 구조 투명성 확보와 선순환 구조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과 핵심 기술 마련을 위한 인수합병(M&A)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현재 상황을 잘 이용하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왔다.
신재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융합진흥본부장은 시대별 성장 동력이 있지만 2000년대의 벤처 문화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폐쇄적이고 적절한 벤처 육성책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룹사와 특정 통신사가 개방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IT 기업은 척박한 땅에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지난 100년간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나라가 딱 두 곳인데 일본과 아일랜드로 이 중 일본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켰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서 IT와 서비스 산업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국가 정책부터 기업 의사결정까지 페쇄적 문화의 ‘개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의미하는 ‘CPND’에서 플랫폼(P)과 콘텐츠(C)가 중요하며 대기업이 개방과 공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R&D와 M&A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해 24개 이상 업체를 인수하며 통합 플랫폼을 확장해가는 구글의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재명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진흥본부장은 현재의 상황을 희망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변화에 잘만 대응하면 다시 한 번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 본부장은 “2년 전 대선 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CPND였는데 지금은 ‘SPND+Se’로 산업 중심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SPND+Se 중 S는 서비스, Se는 보안을 의미한다. 임 본부장은 오라클과 IBM, 퀄컴 등 글로벌 IT 기업이 SPND+Se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역시 주목해야 할 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IoT 혁신센터를 개소한 것도 산업 육성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만 변화의 한 축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타트업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임 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는 스타트업 40개를 선정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동 공간을 제공했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벤처와 모험정신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한수용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방송통신진흥본부장은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만5000달러 수준으로 OECD 평균인 3만4000달러로 올라서려면 투자 환경이나 사회 분위기, 운영 효율성 등 살펴봐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CPND 같은 접근법을 이제는 버려야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밸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신 생태계를 변화시킨 아이폰만큼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본부장은 “IT 산업의 이해 관계자 간 수익 배분 현실화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통신사와 포털, 방송사 등이 밸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수익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면 국내 IT산업이 총체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