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쉬는 라인이 없다...SKC솔믹스 태양광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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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방문한 경기도 평택 추팔산업단지 내 SKC솔믹스 태양광 공장. 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잉곳·웨이퍼 제조라인이 있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공장 앞 대형 화물트럭에 포장된 웨이퍼제품 상자가 쉴 새 없이 실려 나갔다. 공장 관계자는 “해외 고객사 주문이 늘어 출하일정도 잦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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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홍 SKC솔믹스 추팔공장 과장이 완성된 잉곳을 살펴보고 있다.

방진복을 입고 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폴리실리콘을 녹이는 장비인 ‘쿼츠 도가니’가 눈에 들어왔다. 잉곳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액체로 만드는 장비다. 안내를 맡은 오재홍 추팔공장 과장은 “생산원가 절감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전기밥솥 같이 생긴 쿼츠 도가니는 폴리실리콘을 한번 녹이고 나면 수명을 다한다. 이때 쿼츠 도가니 바디에 붙어있는 약 5㎏ 폴리실리콘도 함께 버려진다. SKC솔믹스는 쿼츠 도가니를 수차례 재활용하는 ‘멀티 풀링(Multi Pulling)’ 공정을 확보했다. 버려지는 폴리실리콘 양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앞을 바라보자 수십 대 잉곳 성장(그로잉) 설비가 가지런히 서있는 것이 보였다. 액체 상태 폴리실리콘을 잉곳으로 성장시키는 장비다. 그로잉 장비에 나있는 작은 유리창을 들여다보자 시뻘겋게 달아오른 폴리실리콘 액체가 서서히 원통 기둥 형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내부 온도는 1500도. 완제품 잉곳으로 성장하는 데 이틀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다른 그로잉 장비에서 때마침 냉각을 마친 잉곳이 나왔다. 어른 키는 족히 넘어 보이는 길이, 직경 20㎝의 원통 기둥 모양, 반짝거리는 표면에 얼굴이 살짝 비쳤다. 잉곳은 웨이퍼 제조 라인으로 옮겨졌다. 잉곳이 가로 세로 길이 15.6㎝, 두께 0.2㎜의 얇은 웨이퍼로 재탄생되기까지 모든 공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가장 먼저 잉곳의 위, 아래, 옆을 잘라 직육면체로 만드는 공정이 진행됐다. 공장 한편에 잘린 잉곳 조각도 수북이 쌓여 있었다. 조각은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된다. 걸음을 옮기자 직육면체로 가공한 잉곳을 웨이퍼로 자르는 소잉(Sawing)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 과장은 “소잉은 웨이퍼 수율,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공정”이라며 “회사 핵심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통되는 웨이퍼 두께는 0.2㎜다. SKC솔믹스는 웨이퍼 두께를 0.14㎜까지 얇게 자를 수 있는 기술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주관 국책과제를 통해 확보했다. 같은 길이 잉곳에서 더 많은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태양전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술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SKC솔믹스가 기술을 확보한 비결은 다이아몬드 와이어 소어 공법에 있다. 얇은 다이아몬드 줄로 잉곳을 자르는 기술이다. 많은 기업이 이 공정을 도입했지만 수율은 제각각이다. 기술이 안착되지 않아 잉곳을 만들고도 자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SKC솔믹스는 업계 최고 수준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C솔믹스는 이달 들어 공장 설비를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가동률은 60%에 불과했지만 미국, 일본 고객사 수주가 이어지면서 가동률도 제자리를 찾았다. 회사 안팎으로 태양광사업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C솔믹스는 지난 2010년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3년간 적자를 지속해왔다. 반도체, LCD공정에 들어가는 세라믹제품 제조 일변도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황이 발목을 잡았다. 세라믹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태양광 부문에서 고스란히 깎아먹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뼈를 깎는 원가 절감이 점차 성과로 돌아왔다. 2011년 잉곳 120㎿, 웨이퍼 60㎿에 불과했던 생산능력은 시설 투자없이 효율향상 노력으로 올해 말 각각 180㎿, 1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투자비 절약 금액은 약 440억원에 달한다. 품질도 업계 정상권이다. 공정 안착으로 고효율·고품질 제품을 양산하면서 다른 기업 웨이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양생환 SKC솔믹스 사장은 “올해 하반기 태양광사업 흑자전환이 목표”라며 “그동안 적자를 지속해온 태양광사업이 궤도에 올라서면 기존 주력사업인 세라믹사업과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



폴리실리콘 용해→잉곳 성장(그로잉)→절단(소잉)→웨이퍼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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