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전자 0.57%로 그룹 총수되겠다는 이재용...그룹 재편·승계 과정 투명성 높여야

글로벌 최고 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 삼성그룹을 승계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그는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을 각각 25.1%, 11.26%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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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이 지분으로 어떻게 74개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 전체를 장악할 수 있을까?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때문에 가능하다.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장악하고 그 아래, 다시 그 하부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삼성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하부 계열사’의 구도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가 있다. 이 부회장이 25.1% 지분을 갖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도 각각 8.37%를 보유했다.

◇지분형성 과정 편법·특혜 시비 “아직도 진행 중”

이 부회장 등 3세 경영인들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는 일감 몰아주기,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편법 발행이 있었다. 이는 삼성 3세 경영체제에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지분 확보과정에서 CB를 활용했다. 에버랜드 CB는 아직까지도 헐값 발행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부회장이 추후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을 승계할 때 실탄 역할을 맡게 될 삼성SDS 지분도 BW 매입을 통해 조달됐다. 삼성이 3세들에게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7150원)에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나눠준 건은 2009년 법원에서 배임과 조세포탈로 유죄를 받기도 했다.

삼성SDS가 고성장한 데는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 ‘대규모기업집단 현황공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삼성SDS의 매출 4조4336억원 가운데 그룹 계열사 물량이 3조4383억원으로 77%나 차지했다.

◇경영권 승계 “편법·탈세 되풀이 되지 않아야”

삼성 그룹의 3세 경영권 이전의 큰 그림은 그려졌다. 향후 관심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정리와 그룹 계열 분리, 또 이 과정에서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3.4%, 삼성생명 20.8%, 삼성물산 1.4% 등의 가치는 12조원 내외다. 이를 이 부회장 등이 승계하는 데는 세금만 6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삼성SDS 상장 후 매각으로 3조원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 이 부회장 등이 상속세를 더 줄이기 위해 이 회장 지분 일부를 삼성문화재단 등 공익재단에 기증할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은 세금은 내지 않지만 실질적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확고히 다질 수 있다.

추후 이 부회장 등이 재단으로부터 주식을 다시 매입한다면 지분은 그대로 승계하고 세금만 면제되는 효과다. 이 방식은 과거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할 때도 사용됐다. 이 방식은 절세라기보다 또 다른 편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을 가정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3세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분할하는 안, 삼성생명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등 다양한 추측이 무성하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현물 출자가 이뤄지고 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 간 분할이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강화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물출자 과정에서 가치 산정은 적정한지, 일반 주주의 피해는 없는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권 승계 이슈로 지배구조와 관련한 삼성 계열사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중장기적으로 계열사 간 지분 맞교환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치 산정이 적합한지, 특정 주주와 회사에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기자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