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경착륙` 조짐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상황이 심상치 않다.

밖으로는 갤럭시S5 판매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좋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스마트폰 사업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수요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꺾이고 있는 데다 태블릿PC 판매량도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사업 둔화 충격을 태블릿PC 사업을 키워 상쇄하려 했다. 그러나 2분기 들어 태블릿PC 출하량도 크게 줄면서 전략이 어긋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판매목표도 하향조정하는 분위기다.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를 앞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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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달 스마트폰·태블릿PC·피처폰 총 출하량은 3000만대 초반 수준에 그쳤다. 당초 목표치인 4500만대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갤럭시S5 출시 효과가 무색해지는 실적이다. 삼성전자 5월, 6월 스마트폰·태블릿PC 출하량도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태블릿PC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 들어 중국 내 스마트폰·태블릿PC 보급률이 60~70% 수준으로 높아진 데다 레노버·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애플도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어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위태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플래그십 모델뿐 아니라 중저가 모델 판매 움직임도 좋지 않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는 중저가 파생모델 판매로 쏠쏠한 효과를 봤다. 갤럭시S4 판매량이 당초 기대보다 훨씬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았던 것도 중저가 모델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올 들어 중저가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아직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자에 의해 언제 끌어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마케팅뿐 아니라 품질 및 가격 측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5 판매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5 출시 한 달 만에 1100만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상당수 물량이 각국 이동통신사 유통 재고로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어내기로 갤럭시S5 판매 효과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통재고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협력사들의 부담도 커진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달 갤럭시S5 소재부품 발주량을 지난달보다 20%가량 줄였다. 갤럭시S5 판매 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갤럭시S5 프라임·갤럭시S5 미니·갤럭시K 등 후속모델을 조기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IM부문 분기 실적이 2분기 연속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태블릿PC 사업 상황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8000만대 이상 태블릿PC를 판매한다는 목표였다. 지난해 태블릿PC 판매량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태블릿PC 판매 목표치를 하향조정했다. 태블릿PC가 데스크톱PC·노트북PC를 대체하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중저가를 중심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만·중국 기업에 유리한 양상이 전개된 탓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협력업체에 소재부품 수급계획을 8000만대에서 6000만대 수준으로 하향조정해 통보했다. 4~5월 출시를 준비했던 중저가 태블릿PC 신모델도 줄줄이 취소했다.

한 IT시장 조사전문가는 “스마트폰에 비해 태블릿PC는 성능 및 소재 차별화가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해도 수익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둔화 충격은 DS부문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배터리·부품 관련 관계사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3차원 적층구조 ‘V낸드’ 등 대용량 메모리반도체 수요처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모바일 D램, 시스템LSI의 고성능 프로세서 역시 예상보다 반사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음 달 출시를 앞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한 태블릿PC도 프리미엄 시장 수요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를 스마트폰과 서버를 이어주는 가교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펴왔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뒤 떨어지는 수익률을 기존 PC를 대체하는 태블릿PC가 만회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태블릿PC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서 서버 시장 대응 시기를 더욱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