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제조업 기업 유턴" 정부 목소리 외면, 中企 60곳 데리고 중국으로 간 삼성

Photo Image

#1. 정부는 지난해 말 범 부처 차원의 ‘유턴(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기업 지원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국내 산업 공동화를 막고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 4월 이후 지난해까지 51개사가 국내 유턴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개사가 고용 300명, 매출 300억원 미만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연 매출을 최대치로 합산하면 9000억원이다.

#2.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9월 기공식 이후 약 20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시안 반도체 공장을 완공했다. 총 투자 규모는 7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돈으로 7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공사 초기에 설립된 현지 생산법인 ‘삼성중국반도체’ 자산 총액은 2012년 말 이미 4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이 시안 공장을 짓자 한국 중소기업 60개사가 중국으로 따라갔다. 그 수는 향후 100개사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국내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턴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대기업의 잇따른 해외 진출로 빛이 바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 사업장을 아무리 국내로 유치해도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한번 해외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유턴 지표’가 한참을 뒷걸음질친다. 삼성전자의 기침 한 번에 정부 정책 지표가 달라질 판이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 같은 생산라인뿐 아니라 해외 연구개발(R&D) 시설도 함께 늘리고 있다. 지난 2010~2013년 4년 사이에만 유럽·아시아 등지에 9개 R&D 법인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4개가 중국 법인이다. 기술 범위도 모바일에 이어 반도체로 확대됐다.

과거에는 미국·일본 같은 기술 선진국에 R&D 조직을 구축, 우수 인력을 채용하고 앞선 기술력을 활용하는 장점이 있었다. 요즘은 중국처럼 오히려 우리가 기술 유출을 걱정해야 할 곳에 R&D 시설을 늘리고 있다. 이 역시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R&D 센터 유치 정책과는 반대 방향이다.

한국 협력사의 해외 동반 진출 효과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 준공을 계기로 60개 협력사가 중국에 진출하고 향후 100개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협력사들이 글로벌 운영체제를 갖춰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장소가 중국으로 바뀌었을뿐 한국 협력사의 고객은 그대로 한국 기업 삼성전자다. 한국 기업의 중국 법인이 또다른 한국 기업의 중국 법인을 상대로 사업하는 것을 진정한 해외 진출이라 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한국 협력사가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면 다행이지만 한국에서도 ‘탈 삼성’이 어려운데 중국에서는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자료:삼성전자 2013년도 사업보고서(2013년말 현재 연결대상 종속기업. 자산총액은 직전 사업연도말 기준)

[이슈분석]"제조업 기업 유턴" 정부 목소리 외면, 中企 60곳 데리고 중국으로 간 삼성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