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SW가격산정, 용역 아닌 BTL방식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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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SW(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의지를 매우 강하게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지난 2009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결국은 SW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IT 등 SW산업은 모든 선박과 자동차에 필히 융합돼야 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첫 현장 방문지를 SW기업으로 선택할 만큼 SW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나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SW는 산업계의 규제 개혁보다 우선해 SW 제값 주기부터 해 달라. SW값은 투입비용 정산이 아닌 얻을 가치의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부처와 부처 간 규제가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행사 후 개선방안에 대한 약속을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감사원으로부터 받아내 낙관하고 있지만 각 부처의 실행력이 어디까지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사실 SW 제값 주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5년 4월 당시 정보통신부가 주도한 정부 관계자들과 SW업계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SW 제값 주기 선언식’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숙원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SW의 제값이란 과연 무엇인가? 현재 공공과제들은 투입 인력과 투입 기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는 ‘원가 보전 방식’으로 거래된다. 열 사람이 투입돼야 해결 가능한 일도 뛰어난 엔지니어 두세 사람이 거뜬히 해낼 수 있다. 또 지금 당장 필요한 기능을 하나 만드는 데 한 달이 소요되는 일도 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만들려고 작정하면 몇 달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동일한 것 같은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도 몇 배의 비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매자는 SW를 직접 사용해 보지 않은 상태로 값을 지불, 항상 투입 비용을 따질 수밖에 없다. 공급자는 개발 기간을 최대한 당겨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인건비가 낮은 엔지니어를 투입하는 구조에서 일을 한다.

SW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다. SW가 창조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으려면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수록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시장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구매자는 SW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판단해 구매 계획을 수립하고, 도입 후 실제로 그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는지를 관리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 예산 관리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SW 제값 실현을 위해 실현 가치 보상 방식으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있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의 하나인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을 제안한다. SW기업이 자본과 기술로 공공SI 과제를 포함한 정부 서비스를 개발하고 구축한 후에 정부에 기부채납하고, 일정 기간 동안의 관리운영권을 획득한다. 동시에 정부를 대신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평가해 정부와 사용자인 국민들에게 임대료와 서비스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함은 물론이고 수익을 내는 사업 방식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해결해야 할 행정시스템이나 사회적 이슈를 제시하면, 민간 기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후 운영사업자로 선정되면 솔루션을 개발해 일정 기간 동안 정부기관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일체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정부기관은 개발된 SW를 사용하면서 최소한의 투자비 회수는 보장하고, 실현되는 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가령, 복지 부정을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복지 부정을 방지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운영을 통해 예산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절감된 예산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정부기관은 효과가 불투명한 SW개발 투자 부담을 줄이고 일시에 필요한 예산지출도 여러 해에 분산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은 안정된 수익을 확보하고 관련 분야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 우리 SW산업 생태계는 기술 경쟁력이 아무리 높아도 건실한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도입된다면 해당 분야 기술력과 정부3.0 운영 패러다임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아이디어 발산이 촉진될 것이다. 분야별 전문기업과 인력을 키워낼 수 없는 지금의 단발성 용역방식은 SW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공공SW의 구매와 서비스방식으로 BTL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한다.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 hjcho@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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