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CT 기업과 정부의 위험을 감수한 기술개발 투자와 기업 활동은 우리 국민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활용 환경과 무선 통신서비스를 선사했다. 나아가 한국을 세계적 모바일 통신기기 개발 및 생산기지, 인터넷서비스 테스트베드로 만들었다.
또 한류문화의 세계시장 진출기반을 제공했다. 덕택에 우리는 일자리, 소득, 나아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사이버 범죄, 음성적 도박 및 포르노 산업의 번창,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왜곡된 사이버 광장문화가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의 얼리어댑터로서의 혜택을 누리지만, 아직도 모바일 인터넷, 스마트폰, SNS등 의 ICT 혁신에 걸맞은 생각의 틀과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ICT가 일자리, 소득, 재미, 안전, 건강 등을 더 많이 가져다 주기 바란다. 어떤 이들은 정부에 ICT 사령탑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이런 희망에 ICT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한다. 아직도 정부가 앞에서 이끄는 ICT를 꿈꾸는가?
최근 미래부 중심으로 ‘초연결’ 창조한국의 비전을 담은 ‘ICT 진흥 및 융합 활성화 기본 계획’ 발표를 보면 그 내용의 풍부함이나 그 목표치의 구체성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정작 이를 직접 추진할 사람, 기업 그리고 시장은 정부가 계획한 것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아 염려가 된다. 우리나라가 ICT에서 진정 글로벌 선도국이라면, 이제는 민간자율적인 다양한 기술개발과 사업개척 시도에 더 기대를 걸고 싶다.
경쟁력은 스스로 구축해야지 정부의 인위적 보호막이나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하면 사라진 시장에 홀로 남게 된다. 그래서 많은 창조적 기업들이 정부의 선발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엄정한 선택을 받고자 경쟁에 뛰어든다.
만에 하나 지원이 꼭 필요하다면, 지원으로 얻는 미래이익을 지원을 제공한 자가 같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규제는 다른 사람 또는 다음 세대나 사회적 피해부담과 희생을 담보로 부당한 이득추구를 막는 것이어야 한다. 안전 관련 규제는 안전을 무시한 자가 미래에 희생되는 사람의 피해와 부담으로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 이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규칙이지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ICT에서의 지원과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하면 그 정책 의사결정자와 이에 따른 경제적 및 비경제적 비용을 누가, 얼마동안, 얼마나 부담하는지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뒷날 그 효과에 대한 엄정한 검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굳이 정부가 ICT 발전을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서겠다면, ICT를 활용하는 수요자·구매자로서 새로운 ICT시장 수요를 만들거나 확대 노력을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안전과 관련된 행정분야에 사람이 실수를 해도 안전은 실패하지 않는 페일세이프(Fail-Safe) 시스템을 정부가 제대로 돈 주고 구축하겠다고 해보라. 많은 창조적 대안들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ICT를 창조경제로 연결시키는 데는 우리 정부(입법부·사법부)가 해줬으면 하는 것은 공직자의 열정에 따른 육성 전략이나 지원보다는 냉정한 시장 환경을 잘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이는 시장선택에 순응하는 것, 창조적인 기업과 개인들이 기술개발과 사업시도에서 수많은 실패를 잘 할 수 있도록 사회가 허용하고 감내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개방된 ICT시장에서의 공정경쟁과 협력을 원활하게 하도록 우리만의 규제나 제도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창조경제는 아직도 먼 이야기다.
김우봉 건국대 경영대 교수 wbkim@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