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달 예타 최종결과 발표
국가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이하 재난망)이 경제성 논리보다 정책적 타당성에 무게를 두고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월호 사태로 재난망의 중요성이 재부각됨에 따라 정부가 경제성 평가에만 연연하지 않고 정책적 평가에도 비중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같은 정부의 기조 변화를 반영해 다음 달 재난망 예비타당성 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예타 조사 마무리 단계인 분석적계층화법(AHP) 평가를 위해 교수 등 평가위원을 선정했다. AHP 분석에는 한 달가량이 걸릴 전망이지만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한 재난망 예타 조사 최종 결과 자체를 다음 달 발표할 전망이다.
AHP는 예타 경제성이 낮게 나오더라도 정책적 요소 등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분석 기법이다. 1점 이상이 나와야 하는 경제성 평가와 달리 0.5 이상이면 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9일 안전행정부와 기재부, KDI 간 3차 점검회의 당시 재난망 기술로 검토하는 와이브로와 테트라 모두 경제성이 1점 미만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국민 생명이 경제성에 우선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업계는 AHP 결과가 0.5 이상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성과 관계없이 사업 추진과 예산 신청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예타 최종 결과가 6월에 발표돼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2015년 국가 사업예산 신청이 6월 20일까지기 때문이다. 이후 9월 국회에서 심의한 뒤 12월 초 확정된다. 안전행정부가 예타 결과를 기반으로 사업예산을 신청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예산 신청을 못하면 내년에도 재난망 구축은 불가능하게 된다.
안행부 안전관리본부 재난관리국의 재난총괄과에서 운영하는 재난안전통신망구축추진단 활동 시한이 6월이면 만료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당초 지난해 12월 만료 예정이었지만 예타 결과 발표 지연으로 6개월을 연장했다. 추진단은 2009년 발족한 이래로 현재까지 다섯 번째 활동 기간을 연장했다.
이번 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사과와 후속대책 발표에 따라 안행부 차원의 대책이 제시돼야 하는 것도 예타 결과 발표를 서두르는 요인이다. 긍정적 예타 결과와 내년 예산 반영이 예상되는 이유기도 하다. 예타 결과가 나쁘게 나오거나 6월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으면 국민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예타 결과 발표 시점은 인정했지만 사업 추진 여부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6월 말 이전에 예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AHP 분석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참사는 터졌지만 지금이라도 경제성과 관계없이 재난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DI 계산과 달리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도 많다는 설명이다. 기존 경찰망과 소방방재청의 통합망, 단말기 재활용이나 상용망 보완 등이 경제성 보완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 무선통신 업계 관계자는 “재난망은 정부 40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안행부 12대 추진과제에도 포함됐지만 예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국정과제 추진 현황 검토에서 문제시되지 않았다”며 “그러는 사이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경제성 논리를 뒤집어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난망 예타 조사 추진 경과 / 자료:업계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