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소프트웨어 특허, 혁신의 딜레마에 빠졌다

소프트웨어(SW) 특허가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국가에서도 SW 특허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 SW 개발자와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SW 특허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과 SW 기술 혁신을 위해 배타적 권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부딪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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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특허 인정, SW 기업에 큰 여파

세계 각국에서는 대부분 SW 특허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SW 특허 등록을 둘러싸고 어떤 수준까지 특허로 인정해야하는지는 수십년 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최근 미국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이 대표 사례다.

2007년 CLS은행은 금융 거래 SW 특허권을 가진 기업 ‘앨리스’에 소송을 걸었다. CLS은행은 앨리스 특허 ‘계약관계 당사자를 대신해 제 3자가 조건부 날인 증서(에스크로)를 통해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유다.

앨리스는 컴퓨터를 이용한 혁신 기술인만큼 특허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연방항소법원(CAFC)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알고리즘은 특허에 속하지 않는다”며 CLS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앨리스는 바로 대법원에 상고했고 오는 6월 경 판결이 날 전망이다.

외신은 대법원에서도 ‘컴퓨터로 구현된다는 점 말고는 특별한 신규성이 없다’와 ‘특허 다이어그램이 복잡한만큼 특허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CLS은행과 앨리스의 소송을 두고 세계 SW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T 산업에서 SW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기술의 권리 범위를 두고 기업 간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SW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예측한다.

◇“SW 기술 보호 강화해야” vs “SW 혁신 가로막아”

국내에서도 SW 특허의 필요성을 두고 날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SW 특허 강화를 지지하는 측은 SW 개발기업의 성장을 위해 아이디어·발명의 권리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SW업체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기술 탈취와 모방이 심한 사회에서 SW 특허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누가 SW 개발에 뛰어들겠느냐”며 “특허 보호를 강화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제대로 된 영업 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W 특허 강화가 개발 의욕을 부추기고 발명을 장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SW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혁신 저해’를 근거로 삼는다. SW 특성상 개발에 다른 SW 소스코드뿐 아니라 알고리즘과 구현 방법 등과 유사한 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SW 특허가 신규성과 진보성 결여로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도 이 때문이다.

하이퍼링크 특허를 예로 든 한 변리사는 “표준화된 기술을 특정 기업이 독점한다면 특허의 배타적인 특성상 기술 혁신을 막게 된다”며 “SW 산업 전체로 봤을 때 특허는 성장과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76년 브리티시텔레콤(BT)은 미국에 중앙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에 접속하는 방법인 하이퍼링크 특허를 신청했고 2000년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사용료를 낼 것을 주장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BT 패소 판결을 냈다.

◇오픈소스의 성장 “SW 특허에 가로막힐 것”

오픈소스 SW가 특허 논쟁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했다. SW 소스코드는 저작권만 지킨다면 모두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오픈소스계는 SW 특허 자체에 부정적이다. 단순히 소스코드뿐 아니라 구현 알고리즘도 좀 더 개방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SW 특허 논란에서 오픈소스계가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오픈소스 정책을 따르는 SW 기업과 개발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SW 사용자나 기업에서 비용절감과 개방성으로 오픈소스 SW 수요를 늘리는 등 가파른 성장 분위기 속에서 특허는 일종의 ‘적’인 셈이다.

한 오픈소스 SW 자산관리업체 관계자는 “오픈소스 SW 수요가 늘수록 SW 특허와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SW 개발 기술과 소스코드 등이 서로 융합하며 발전하는 가운데, SW 특허는 융합과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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