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특허는 기술의 신규성·진보성을 둘러싼 관점과 철학적 문제를 저변에 깔고 있다. SW 업계뿐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 등 관리감독 기관이 각각 다른 접근법을 가진 배경이다. SW 특허를 둘러싼 각계 입장이 상이해 SW 특허 논란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SW 특허 논란에는 특허를 심사하는 특허청, 유효성을 판단하는 특허심판원, 권리 침해 여부를 가리는 법원뿐 아니라 SW 소스코드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저작권위원회 등 정부와 사법부 등이 빠질 수 없다.
최근 SW 특허를 두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특허청이다. 특허청은 SW 특허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컴퓨터 관련 발명 심사 기준’ 개정에 나섰다. IT 융합 기술이 발전하면서 SW가 산업 전반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고, 이에 따른 특허 권리 범위가 불분명해져 특허권자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사 기준이 바뀌면 특허청은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운용체계(OS), 플랫폼 등 컴퓨터 프로그램 유형도 발명 보호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SW 관련 특허 범위가 넓어져 특허권 보호가 강화될 수 있다.
문화부는 SW 특허 범위 확대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SW 권리를 저작권 형태로 관리해 온 문화부는 SW 특허가 강화될수록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조정을 하고 있지만, 개정 여부는 불분명한 상태다.
SW 특허가 등록되더라도 소송이 생기면 문제는 달라진다. 특허가 유효한지, 침해 받았는지를 가리는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 등이 SW 특허를 어떻게 인지하는지도 업계에서는 중요한 사안이다.
2000년 진보네트워크는 삼성전자의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방법 및 그 장치(191359호)’ 특허가 특허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특허가 사람 사이의 인위적인 약속과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을 이용한 것이라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허법원은 ‘해당 특허가 단순히 수학적 원리가 아니라 페이지 상호 전송 등으로 시험 데이터 활용을 시간과 장소 제약을 덜 받게 하고 효과적인 원격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이라며 특허권을 인정했다.
2002년 싸이월드는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개인방 형태의 미니룸 생성 및 관리방법’ 특허를 출원 신청했다. 특허청은 관련 특허의 구현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발명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특허 출원을 거절했다. 싸이월드는 특허청 결정에 불복심판을 청구하고 특허 청구항 보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싸이월드의 특허가 특허 대상인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며 심판 청구를 기각하고 특허권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SW 특허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리사는 “각계에서 생각하는 특허 관점이 상이해 사안별로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SW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