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화된 소재 개발 안간힘
스마트와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새로운 시장 테마로 부상하면서 터치스크린패널(TSP)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용 TSP는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벌써 레드오션으로 치닫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용 TSP 시장은 아직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고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에서도 각각 서로 다른 기술 진영 간 주도권 경쟁이 펼쳐졌던 것처럼 웨어러블 기기용 TSP 시장 역시 아직 확실한 주류 자리를 차지한 기술은 없다. 국내 TSP 업체들은 커브드·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소재를 확보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웨어러블 기기인 아이와치에 은나노와이어 TSP를 채택했다. 은나노와이어 소재는 종전 인듐주석산화물(ITO)보다 유연성이 뛰어나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TSP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나노와이어는 햇빛에 노출되면 뿌옇게 보이는 밀키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대만 TSP 업체 TPK와 미국 소재 기업 캠브리오스가 합작한 회사에서 은나노와이어 필름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몇몇 TSP 업체들은 은나노와이어 TSP를 개발해 애플에 제안할 계획이다. 은나노와이어 TSP의 성공 여부는 생산 수율에 달려있다. 대만 업체들은 낮은 수율 탓에 은나노와이어 TSP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LG전자·모토로라 등이 잇따라 스마트와치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상당수 업체들이 은나노와이어 TSP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메탈메시 TSP 개발 업체들도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오필름 등 중국 기업들도 메탈메시 TSP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메탈 메시는 필름 위에 패턴을 만들고 그 안에 은·구리 등 금속을 도포하는 기술이다. 표면 저항값이 낮아 터치 응답속도가 빠르고 구부릴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200ppi(인치당 픽셀 수) 이상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픽셀과 겹쳐 물결무늬처럼 보이는 ‘모아레 현상’이 상업화를 가로막는 난제다. 현재 TSP 업체들은 센서 패턴 선폭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폭이 얇아질수록 모아레 현상 등 시인성 문제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종전 5~6마이크로미터(㎛) 수준이던 메탈 메시 센서 선폭은 현재 3㎛까지 줄었다. LG이노텍 등 일부 선두 업체는 1㎛ 선폭까지 구현했다. 스마트와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메탈메시를 적용하려면 0.7㎛의 미세한 선폭을 구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시계는 주로 야외에서 보기 때문에 스마트폰보다 시인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어떤 신소재도 시인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