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월호, 갤럭시S5 그리고 언론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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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과 기자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 거침없는 분노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숱한 오보와 비윤리적인 취재 방식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한 방송국의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 유족들의 거침없는 욕설이 쏟아진 방송사고는 현재 우리 언론이 가지고 있는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족들과 국민의 분노의 핵심은 진실보도가 사라진 것이다. 정부 발표를 검증하지 않고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오보를 남발했다. ‘발표 저널리즘’과 ‘확성기 저널리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언론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언론의 추락은 국민이 아닌 정부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사고 현장과는 완전히 괴리된 사실을 보도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세월호 사태는 산업계에 더 큰 시사점을 던져줬다. 바로 갤럭시S5가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출시 2주밖에 안된 신제품이 카메라 결함 문제로 교환 조치된 사실은 세계적인 뉴스였다. 해외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 일반인들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기업의 해명을 전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가 밝힌 “극히 일부 제품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애써 외면했다. 이른바 ‘친삼성’ 기자들은 아예 입을 닫았다. 국익 때문이었을까. 기업의 보도자료를 대필하는 수준의 ‘발표 저널리즘’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결국 “언론을 못 믿겠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언론의 미래는 어떨까. 당장 권력의 당근이 달콤하겠지만, 독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세월호 참사와 갤럭시S5 결함 사태를 겪으며 기성 언론을 절독하겠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서 세월호 사태가 일어났고, 또 초기 대응과정에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총체적 부실을 자초해 화를 키웠다.

삼성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눈앞의 이해득실만 쫓다보면 누가 노키아·소니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을까. 언론 또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종말의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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